영남취재본부 김용우기자
자신을 수사하는 경찰관에게 현금을 건넨 한 70대 남성이 뇌물공여 혐의까지 혹을 붙였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자신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현금이 든 상자를 보내 수사를 무마하려 한 70대 남성을 무고에 뇌물공여 혐의까지 적용해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70대·남)는 지난 9월 8일 B 경사에게 1만원권 600만원이 든 상자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서 민원실에서 택시 기사가 상자를 들고 들어와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B 경사를 찾았다.
수상히 여긴 B 경사는 택시 기사와 함께 상자를 열었고 안에는 현금다발이 가득했다. 택시 기사가 설명한 전달자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확인한 결과, 상자를 건넨 인물은 B 경사가 무고 혐의로 수사하던 피의자 A씨였다.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5월 지인 2명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제출한 차용증이 위조로 드러나 오히려 무고 혐의로 조사받고 있었다. 현금 상자가 경찰서로 도착한 날도 A씨의 출석 예정일이었다.
하지만 A씨의 시도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출석요구일인 지난달 2일에도 출석 대신 과일 상자와 현금 400만원이 든 봉투를 동일한 방식으로 보냈다. 편지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렵다"는 내용과 함께 추가 제공을 암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민원실에 직접 전화해 "현금과 과일을 잘 받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B 경사는 "애초부터 수상했다고 생각해 택시 기사에게 상자를 받는 장면을 영상으로 남겼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걸 보내나 싶었다"고 황당해했다.
계속해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A씨에 대해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고, 무고에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해 18일 구속 송치했다. 조사에서 그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인사치레로 보냈다. 왜 죄가 되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에게 금품을 건네는 행위는 액수와 관계없이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수사하던 경찰관에게 보낸 과일상자와 현금 다발. 부산사하경찰서 제공
자신을 수사하던 경찰관에게 보낸 현금 다발. 부산사하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