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전 세계 43국 중 우리나라 평균 출·퇴근 시간이 가장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의 발표를 인용해 43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모로코 사람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48분으로 가장 짧았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48분으로 가장 길었다. 43개국 전체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 8분으로 우리나라는 평균치보다 약 1.5배 긴 셈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의 발표애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48분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강진형 기자
연구 교신저자 에릭 갤브레이스 박사는 "통근 시간은 개인의 식사, 이동, 휴식 시간에 영향을 미쳐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하얼빈 동북농대 연구팀이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장시간 출·퇴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주당 여섯 시간 이상) 신체·정신 건강이 저하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시간 출·퇴근 시 건강관리 방법으로 올바른 자세 유지를 강조한다. 대중교통이나 차량 이용 시 등받이를 과도하게 눕히거나 스마트폰 사용으로 목과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는 척추관절에 부담을 준다. 탑승 전 허리와 목을 좌우로 10회씩 돌리고, 가슴을 펴고 양팔을 뒤로 뻗는 스트레칭을 5회 이상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도보로 출·퇴근을 할 경우 자연 요소가 풍부한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 건강 연구소에 따르면 나무와 잔디 등 자연환경을 지나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정서적 안정도가 높았다.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20분 이상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 분비가 원활해져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장시간 이동으로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폭식이나 자극적인 식습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위장관계 부담을 줄이는 식생활이 권장된다.
우리나라의 출·퇴근 시간은 일자리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한국노동연구원의 '출·퇴근 시간 실태와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수도권 거주자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90.4분으로 비수도권의 63.1분보다 27.3분 더 길었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78.4분), 대구(73.0분), 광주(68.0분)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출·퇴근 시간은 일자리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준 기자
한국의 긴 출·퇴근 시간 문제는 정서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이 지난 9월 발표한 연구('서울 서베이 2023' 기반)에서 서울 직장인 2만 4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편도 출·퇴근 시간이 60분을 넘는 사람들은 30분 이하 집단과 비교해 가족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위험이 49%, 타인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위험이 36% 높았다. 특히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경우 외로움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대중교통·도보·자전거 이용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출·퇴근 시간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가속할 수 있다"며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