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배우러 학교 다니나'…100년 넘은 대표 브랜드 '가정학부' 없애는 日 여대

일본여자대학교, 100년 넘은 가정학부 재편 발표
아동, 주거, 식품 등 타 학부로 이전키로
여대 인기 급감에 '집안일'이미지 벗어나자 타개책

일본여자대학교의 가정학과 소개사진.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의 한 여자대학교가 학교의 간판 브랜드였던 가정학부를 없애기로 했다. 학부 소속 학과를 다른 학부에 편입시키기로 한 것. 학령인구 감소와 여대 인기 추락, 달라진 시대상 등을 반영한 조치다.

17일(현지시간)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분쿄구에 위치한 일본여자대학교는 이날 1901년 개교 이래 이어져온 가정학부 산하 학과들을 2028년까지 모두 '학부(단과대학)'로 독립시키는 재편 구상을 발표했다. 마이니치는 "100년 넘게 '생활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교육을 제공해온 일본여자대의 대표 브랜드였던 '가정학부'라는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전했다.

가정학부는 일본여자대학교가 전신인 일본여자대학원로 개학한 때와 동시에 설치된 학부로, 지금까지 약 4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함께 '가정학'이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도 달라져 '집안일 기술을 연마하는 학문' 정도로 좁게 인식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학 측은 각 학과를 별도 학부로 독립시켜 해당 분야의 특성이 보다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재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여자대학교 홍보사진.

대학에 따르면, 현재 학생이 재학 중인 가정학부 소속 학과는 ▲아동학과 ▲식품학과(식물학 전공)▲식품학과(관리 영양사 전공) ▲주거학과(거주환경디자인전공) ▲주거학과(건축 디자인 전공) ▲피복학과 ▲가정경제학과 등이다. 앞서 주거학과의 건축디자인 전공은 2024년에 '건축디자인학부'로, 식물학과는 2025년에 '식과학부'로 이미 독립을 마쳤다. 아직 학생 모집이 계속되고 있는 3개 학과 중에서, 가정경제학과는 2027년에 '경제학부'로, 아동학과는 2028년에 '인간과학부'로 각각 개편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피복학과도 2028년에 '패션디자인학부'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시노하라 사토코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적 분야가 넓어지는 가운데, 진로 형성과 직결되는 실용 학문이나 이공계 분야 등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학습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가정학부 체제에서는 각 전공의 전문성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재편 후에는 특징이 훨씬 명확해질 것이다. 앞으로 각 분야에서 보다 높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5년 기준 일본의 여자대 수는 정점이었던 1998년보다 30% 줄었으며, 그중 70%가 정원 미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학화(남녀공학 전환)나 모집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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