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했는데…정신 차리기 전 날아갔다' 2년째 후유증 겪고 있는 日 남성

근육 이식 등 5차례 수술에도 왼쪽 눈 실명
"90%가 안면 공격당해…얼굴·목 보호 중요"

최근 일본에서 야생 곰 출몰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2년 전 곰 피해를 본 남성이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행 중인 차량에 곰이 달려들고 있는 모습. SNS 캡처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023년 곰이 얼굴을 할퀴면서 중상을 입은 오카노우에 타카시(74)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 시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내던 그는 사고 당시 친척 집 마당에서 감을 수확하고 있었다. 그는 '설마 곰이 나타나겠나' 생각하며 감을 트럭에 실었다. 그때 몸길이 1m 정도의 곰이 출몰했고, 오카노우에씨는 함께 있던 가족에게 "도망쳐!"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곰이 그에게 달려들어 머리와 얼굴을 앞발로 할퀴었다. 그대로 쓰러진 오카노우에씨 위로 곰이 올라타 얼굴을 물려고 했으나 근처에 있던 그의 친척이 고함치는 소리에 곰은 오카노우에씨의 왼쪽 다리를 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오카노우에씨는 "(곰의 큰 입이) 눈앞에 보였을 때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곰이 너무 빨랐다. 정신 차리기도 전에 날아가듯 밀려났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얼굴 뼈가 부러지고 이마와 왼쪽 눈꺼풀이 찢어져 신경 등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에 허벅지 근육을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는 등 지금까지 총 5번의 수술을 했지만, 결국 왼쪽 눈은 실명돼 오른쪽 눈으로만 생활하고 있다.

그는 곰을 경계하며 농사짓기도 어려워 올해 수확을 끝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논도 포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 사는 곳에 내려온 곰은 사살해야 한다"며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민가까지 내려온 야생곰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최근 일본에선 도심까지 곰 출몰이 예년보다 많이 늘어나 민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곰 출몰 신고가 2만건을 넘었고 곰 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10월 말 기준 12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자위대·경찰 퇴직자 등을 곰 사냥 인력으로 확보하고, 포획 장비·울타리 정비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존 곰 사살을 담당하던 엽렵회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당국은 경찰이 임시로 해당 업무를 맡게 했다. 경찰청은 소총을 활용한 곰 사살이 가능하도록 국가공안위원회 규칙을 이달 6일 개정했으며, 13일부로 시행되면서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발포는 산속이 아닌 인가 지역에 나타난 곰에만 이뤄진다.

한편 불가피하게 곰을 마주쳤을 때는 등을 보이지 말고 뒷걸음으로 천천히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곰이 달려든다면 양손을 목 뒤로 깍지 낀 상태로 엎드리는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얼굴이나 목, 배 등 취약한 부위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서다. 나카에 하지메 아키타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NHK방송에 "곰에게 공격당한 환자 중 90%가 안면에 외상을 입었다"며 "공격을 받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이 방어 자세를 취한다면 중상을 입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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