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5% 세금으로 내라'…세계 최초 '억만장자 부유세' 추진한 캘리포니아

메디케이드 삭감 대응…1000억달러 확보 예상
부유층 탈주 논란 속 뉴섬 주지사 측도 반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억만장자에게 일회성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방안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을 삭감한 것에 따른 조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보건의료 노조인 전미서비스노조(SEIU) 헬스케어 노동자연합 서부지부(SEIU-UTHW)가 순자산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캘리포니아주 거주자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부과하는 주민투표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노조 측은 법안이 시행되면 약 100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해 연방 예산 삭감으로 생긴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안된 부유세는 주식·채권·미술품·지적재산권·차량 등 대부분의 자산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단, 부동산은 제외된다. 대상은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로, 5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시에 있는 부촌 크레센트 파크에서 살고 있는 억만장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자산관리업체 알트라타는 미국 전체 억만장자의 약 22%인 220여명이 이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UC버클리의 경제학자 에마뉘엘 사에즈는 이번 안을 "초부유층을 직접 겨냥한 세계 최초의 순자산세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시의 조란 맘다니 시장은 연소득 100만달러 초과자에 2% 추가 과세를 제안했고, 매사추세츠주는 이미 유사한 4% 추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안은 단순 소득이 아닌 순자산 전체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강도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투표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약 87만5000명의 서명이 필요하며, 서명 운동은 내년 1월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WSJ는 "부유층의 역외 이전 가능성이 높다"며 통과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부유세 부과는 현실적인 장애물에 부딪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소속 맷 마한 산호세 시장은 "주 세수의 3분의 1 이상이 상위 1% 소득층에 의존한다"며 과세 강화가 오히려 세원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 측도 부유세 도입이 "사실상 모든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위험한 시도"라며 반대 PAC(정치행동위원회)까지 구성한 상태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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