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담은 건데 세척 안 해도 괜찮겠지'…하루 만에 폭증하는 텀블러 속 세균

설탕·단백질 음료 담으면 오염 속도 더 빨라져
"헹구기만으론 무용지물…비누·온 세척 필수"

텀블러와 같은 재사용 병에 물만 넣어 마신다고 해도 세척이 허술하면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최근 물병을 정기적으로 세척해야 하는 이유와 오염을 줄이는 관리 요령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물병은 사용 과정에서 입과 손이 반복적으로 닿는 만큼 세균이 유입되기 쉽고, 제대로 씻지 않으면 곰팡이나 각종 미생물이 자리 잡는 서식지가 될 수 있다.

재질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았다. 금속·유리·플라스틱 등 대부분의 소재가 미생물 번식을 허용하며, 특히 플라스틱은 긁힘이 생기기 쉬워 세균이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오염된 물병 사용 시 복통, 호흡기 가려움, 알레르기 악화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이용객들이 텀블러를 고르고 있다(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 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퍼듀대학교 연구팀은 대학생들이 사용 중이던 물병 90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외부는 세균오염검사(ATP)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오염돼 있었고, 내부 역시 상당수가 안전 기준인 100~500CFU/mL를 초과했다. 4개 중 1개에서는 대장균군이 검출돼 분변 오염 가능성까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입 안에는 500~600종의 박테리아가 존재해 마실 때마다 병으로 유입된다"며 손을 자주 씻지 않으면 대장균 같은 분변 유래 세균도 함께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병을 타인과 공유하면 노로바이러스 등 감염병 전파 위험도 커진다.

빨대·패킹 분리 세척은 필수…냄새 나면 즉시 교체

세척 습관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단순히 물로 헹구거나 빨대·패킹을 분리하지 않은 채 씻는 사례가 흔했고, 건조 과정 없이 곧바로 사용하거나 뚜껑을 닫아두는 습관도 오염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접시를 씻듯 뜨거운 물과 세제로 솔질하는 기본 관리가 필요하다"며 "완전히 말리지 않으면 세균 증식이 빨라진다"고 강조했다.

재사용 병은 따뜻한 비눗물로 병 안팎을 솔로 문질러 씻고, 빨대와 패킹 등의 작은 부품은 따로 분리해 세척한 뒤 완전히 말리는 것이 기본이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활용하면 소독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특히 단 음료나 단백질 셰이크를 담은 경우에는 즉시 세척하는 게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매일 기본 세척, 주 1회는 정밀 세정"을 권고한다.

물병에 물을 오래 두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물을 새로 채울 때마다 남은 물을 버리라고 조언하는가 하면, 몇 시간 간격으로 비우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베일러의과대학 마이크 렌 박사는 "밤새 조금 남겨두는 건 문제없지만 며칠씩 방치된 물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곰팡이나 악취가 확인되면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일회용 플라스틱병의 반복 재사용은 화학물질 용출 위험이 있어 특히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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