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에릭 슈라이어 디즈니 텔레비전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사장
디즈니가 아시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글로벌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꾸준히 협업해 지역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산할 계획이다.
에릭 슈라이어 디즈니 텔레비전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사장은 13일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토크 세션에서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가 디즈니+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슈라이어 사장은 25년간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FX 엔터테인먼트를 독창적 스토리텔링 브랜드로 이끌었다. 그는 "크리에이터들이 최고의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노하우"라며 "모든 크리에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당신 안에 어떤 이야기가 불타고 있나요?'라고 자주 묻는다"고 말했다.
못잖게 중요한 자세로는 지역별 차이에 대한 인정을 꼽았다. "한국, 일본, 호주 시청자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안다고 주장하진 않는다"면서도 "스토리의 보편적 구조와 시각적 언어는 안다. 지역 리더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지지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밝혔다.
캐롤 초이 디즈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디즈니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회사"라며 "훌륭한 이야기, 높은 제작 완성도, 강렬한 캐릭터는 전 세계 시청자가 공통으로 찾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지역 문화적 뉘앙스를 더하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개성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토크 세션 현장
글로벌 전략과 각 나라 니즈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 대해 슈라이어 사장은 "데이터와 과학, 그리고 감성과 직관의 조합"이라고 답했다. 시청자 그룹, 시청 패턴, 시장별 취향 데이터를 면밀히 보지만, 동시에 각 지역 임원들과 크리에이터들의 본능적 감각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보면 진정한 성공작은 대부분 예상 밖의 시도에서 나왔다. '스타워즈', '더 베어'도 그랬다. 샌드위치 가게 얘기가 이렇게 흥행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그는 크리에이터들이 모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데이터를 참고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의 꿈과 예술성에 베팅한다"고 말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콘텐츠 트렌드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예전에는 대작 사극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더 베어 같은 30분 내외 드라마가 주목받는다. 사람들이 휴대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집중력이 짧아졌다."
초이 총괄도 60~70분짜리 에피소드 대신 짧고 밀도 높은 구성을 지향하는 방침에 동의했다. "아시아에서는 디지털 소비 패턴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2분 내외의 세로형 드라마 같은 초단편 포맷이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트렌드가 디즈니+ 전체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탐색하고 있다. 미드폼, 언스크립티드, 뮤직, 라이프스타일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롤 초이 디즈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
슈라이어 사장은 아시아 창작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 크리에이터들이 보여주는 수준은 놀라울 정도"라며 "특히 한국 콘텐츠는 보편적인 감정과 인간미를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라이브액션 드라마 영역의 확장이 기대된다"며 "이 지역의 스토리들이 세계로 향하고, 그것이 전 세계 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 파트너십을 만드는 동력에 대해서는 "신뢰"라고 답했다. "플랫폼, 임원, 크리에이터 간 신뢰가 있어야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며 "오늘 '쇼군' 제작자 저스틴 마크스가 'FX는 정말 훌륭한 파트너였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바로 진정한 협업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초이 총괄은 "아태 지역에서 확보한 가장 큰 강점은 오랜 기간 쌓아온 다양한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디즈니는 지상파 방송사와는 장편 드라마 공동 제작을, 출판사 고단샤와는 유명 지적재산(IP) 기반 콘텐츠 협업을, 하이브·스타토 같은 기획사와는 아티스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원천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도 만들고 있다. 고지마 히데오 감독과의 협업이 대표적 예다. 초이 총괄은 "폭넓은 협력 구조 덕분에 앞으로 아시아에서 더 크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