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회의론'…송민순 前장관 '마이바흐로 순찰하는 꼴'

참여정부 마지막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77)은 12일 이재명 정부의 핵 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계획에 대해 "마이바흐로 순찰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적 견해를 내놨다. 한국의 정찰수역 면적을 고려하면 핵잠 도입은 과도하다는 취지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간 '좋은 담장 좋은 이웃' 북토크를 열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간 '좋은 담장 좋은 이웃' 북토크를 열고 '한국에 핵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서울 시내의 교통 꽉 막힌 지역에서 순찰하는데 소나타·그랜저 10대가 능력이 좋겠나, 마이바흐 1대가 좋겠나. 무엇이 더 효율적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핵잠 보유국인 미국, 프랑스 등을 사례로 들며 "핵잠을 가진 나라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면적은 500만~1000만km² 정도로, (잠수함으로) 커버하는 지역이 아주 넓은데, 한국의 EEZ는 40만km²대"라며 "900만km²을 커버하는 캐나다도 한국의 재래식 잠수함 수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방예산의 한계점도 짚었다. 송 전 장관은 "핵잠 한 대에 최소 3조원, 옵션에 따라 5조원이 들어간다"며 "핵잠 4대면 1년 치 육·해·공군 장비개선비(약 17조원)를 다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육군은 해군보다 10배 규모인데, 이 막대한 예산을 해군 잠수함에 넣으면 모든 것이 왜곡된다"고 우려했다.

송 전 장관은 정부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을 타결하는 과정에 핵잠을 연계시킨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평소 언론 인터뷰 등 여러 기회를 통해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그는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핵연료주기를 확보하면 핵 잠재력은 따라오는 것인데, 정부가 핵잠을 (미국에) 얘기하는 바람에 (논의가) 막혀버렸다"며 "잠수함이라는 거대한 포장지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 협상에는) 초점에 맞는 카드, 즉 우라늄 농축 능력을 (협상 테이블에) 썼어야 한다"며 "너무나 맞지 않은 조합들이 얽혀, 한국이 갑자기 핵잠을 자발적으로 가져가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항하기 위해 당장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고장 날 때를 대비해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송 전 장관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평화적 목적,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핵연료 농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연료 농축을 하려면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협정 11조2항에 따르면 (협정에 따라 이전된) 미국산 장비를 이용할 때는 미국의 동의를 받아 20%까지 농축이 가능한데, 이는 미국산 장비를 쓰지 않으면 동의받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자체 농축시설 장비가 확보되면, 연료 농축 비율에 제한이 없다는 의미다.

다만 천 이사장은 "(핵연료 농축·재처리와 관련해) 우리가 아무 연구개발이 안 됐다는 것이 문제"라며 "향후 5년 죽어라 (연구를)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을 지금 '원자력 협정 개정하자'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괜한 경계심만 높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치부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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