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발 물가 압력 키워놓고…트럼프팀, 커피·바나나 등 농산물 관세 인하 예고

베선트 "미국 내 생산하지 않는 품목 관세 인하"
트럼프도 "커피 관세 낮출 것"
미니 지선 패배 후 '생활비 안정'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식품을 비롯한 소비재에 대폭적인 관세 인하 조치를 예고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의 부진 이후 물가와 생활비 안정을 연일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세부적인 사안을 많이 다루기는 어렵지만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들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커피, 바나나, 각종 과일 등을 관세 인하 대상 품목으로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커피에 대한 관세를 낮출 것"이라며 "커피를 좀 더 들여올 것"이라고 말해 식품 관세 인하 방침을 확인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로 물가가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2026년 1~2분기 중 인플레이션에 대해 더 나아졌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식품 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지난 며칠 동안 사람들은 식품 관세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난 (식품 관세 분야에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실시된 미니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부진하자 물가와 생활비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특히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살인적인 물가'를 부각해 젊은층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얻으면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affordability·어포더빌리티)'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미국 경제 사령탑인 베선트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잇따라 물가 안정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날 MSNBC 인터뷰에서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어포더빌리티의 위기를 물려받았다"며 "우리는 물가 상승률을 낮췄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복원 정책을 언급하며 "실질 노동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어포더빌리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하락 주장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시장 예상치(3.1%)를 소폭 밑돌았으나 여전히 미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운 후 식품 관세 인하에 나서는 것은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상품 가격 상승은 관세 인상의 결과"라며 "관세 인상 효과를 제거하면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최근 1인당 2000달러 규모의 '관세 배당금' 지급 구상도 내놨다. 연방대법원이 관세 정책의 적법성 판단에 착수한 가운데 우호적 여론을 확보하려는 계산과 생활비 부담 완화라는 명분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관세로 인한 물가 압력을 자초한 뒤 다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된다면 정책 엇박자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