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중국이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AI 칩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국 차원에서 자국산 AI 칩 분배에 개입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의 생산품을 분배하는 방식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수요에 우선권을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AI 칩 자급자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초당파 싱크탱크인 진보연구소(IFP) 사이프 칸 기술연구원은 "예상하는 수치에 5를 곱해도 중국 국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WSJ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제한된 수량의 자국산 AI 칩을 확보하려 경쟁하고 있으며, 일부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계약 내용을 토대로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 블랙웰 랙(rack) 16대 이상이 소형 부품의 형태로 선적된 뒤, 중국에서 재조립돼 11월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반도체 자립'에 나선 중국은 지난 9월 자국 기술기업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신형 저사양 칩 주문을 중단하라고 통보하는 등 불매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난 5일에는 국가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AI 칩만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은 수천개의 칩을 연결하는 등의 우회 방안을 찾고 있다. 소식통들은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전략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을 크게 늘렸고, 여러 지방정부는 이에 전기요금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