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한화필리조선소를 갖고 있는 한화 측이 10년 이내에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을 만든다는 내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 "한화가 신규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리조선소 인근 지역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한미가 공동 추진 중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과 협력해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WSJ 보도는 한국이 최근 미국으로부터 원잠 건조 승인을 받은 이후 건조 장소를 둘러싸고 혼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며 "해당 잠수함은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원잠의 국내 건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일 "(한미) 정상 간 대화에서는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리조선소는 기술력과 인력, 시설 등이 상당히 부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원잠을 국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WSJ는 한화가 건조를 목표로 하는 2~3척이 한국 해군용 원잠인지, 혹은 미 해군에 납품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한화가 필리조선소의 향후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규 인력 수천 명을 채용하고 대형 크레인과 로봇 설비, 교육시설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필리조선소의 연간 생산량은 상선 한 척 수준으로, 이는 한화가 한국에서 약 일주일이면 건조할 수 있는 규모라고 WSJ는 전했다.
WSJ는 필리조선소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어려움을 겪는 미국 조선소들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정치적 뒷받침과 대규모 인력 투입,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한화는 원잠을 만든 적이 없고, 미국은 핵 관련 기술을 동맹에도 엄격히 통제해왔다"며 이제 필리조선소에서 원잠을 건조할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의 규모와 난이도는 훨씬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