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2조달러(약 2913조원)가 넘는 세수와 투자금을 환급해야 한다며 이는 국가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연방대법원 재판에서 패소 시 "우리가 관세 수입 및 투자와 관련해 돌려줘야 할 실질적인 금액은 2조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그것만으로도 국가 안보에 대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진 좌파 광신도들은 우리가 관세 문제에서 패소하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올지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연방대법원 내 반대 세력들은 이런 무정부주의자들과 폭력배들이 우리를 이런 끔찍한 상황으로 몰아넣었음에도, 대법원이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도록 낮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법원이 정부 패소 판결을 하더라도 부담이 덜하도록 원고 측이 환급금 예상액을 의도적으로 낮춰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서 정부가 패소할 경우 관세 환급 금액에 1000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금 등을 합쳐 이보다 훨씬 큰 2조달러를 언급하며 후폭풍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연방대법원이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적법성 심리에 착수한 가운데 나왔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한지를 심리 중이다. 이번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패소 가능성이 거론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자신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현재 대법원은 보수 우위(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 구도이지만, 지난 5일 심리에서는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까지도 정부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에 일부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1심과 2심은 모두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도 위법 판결이 나올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기업들에 관세 일부를 돌려줘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지렛대로 유치한 각국 정부 및 기업의 대미 투자금도 환급 요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연속 '관세 배당금' 발언을 이어가며 관세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 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또 다른 게시글에서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막대한 관세 수입으로 중·저소득층 미국 시민들에게 2000달러(약 291만원)를 지급한 뒤 남는 모든 자금은 국가 부채 상환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SNS에서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1인당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