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초 무슬림 시장, 맘다니 돌풍…트럼프 독주 끝낼까[시사쇼]

정계진출 5년만에 뉴욕시장 당선
트럼프 공격에 민주당 지지층 집결
美 관세전쟁 방향에도 큰 영향 예상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불과 34세의 무명 정치인이던 조란 맘다니(Zoran Mamdani)가 뉴욕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맘다니 시장의 당선은 단순한 지역 선거의 승리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자 내년 중간선거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정계진출 5년 만에 세계최대 도시 수장으로…드라마같은 당선

로이터연합뉴스

맘다니 시장은 인도 구자라트 지방의 이슬람 시아파 명문가 출신으로, 컬럼비아대 교수인 아버지 마흐무드 맘다니와 세계적인 영화감독 어머니 미라 나이어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출생지는 아프리카 우간다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7세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은 그가 다양성의 상징으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문 사립학교와 메인주의 보든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공화당으로부터 "전형적인 금수저", "네포 베이비(nepotism baby)"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단순한 엘리트 코스만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힙합 래퍼로 활동하며 음반을 발매했고, 강제 퇴거 통보를 받은 유색인종 세입자들을 돕는 주택 상담사로도 일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민생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맘다니는 2020년 민주당 자원봉사자에서 정계에 입문해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퀸스 369 지역구에서 3선에 성공한 후 곧바로 뉴욕 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1%도 되지 않았다. 중앙정계에서는 그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과 파격적인 민생 공약으로 맘다니는 빠르게 입지를 다져나갔다. 주택 임대료 동결, 무상버스 도입, 최저임금 인상, 무상 보육, 저소득층 주택 20만 가구 건설 등 포퓰리즘적 공약들은 물가고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 특히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6월에 있었던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맘다니는 거물급 정치인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7% 차이로 꺾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승복하지 못한 쿠오모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본선거에서 맘다니는 50.4% 대 41%로 더욱 큰 격차를 벌리며 승리했다.

트럼프 공세에 더 커진 명성…민주당 지지층 집결시켜

AP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난이 오히려 맘다니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선거 초반 맘다니를 "불법 체류자 출신", "이슬람 시아파", "공산주의자"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은 민주당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할수록 무명 정치인이 스타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결국 트럼프는 선거 막판 맘다니의 지지율이 급증하자 공세를 줄이고 관심을 거두었지만, 이는 또 다른 비판을 낳았다. 본선거 패배 후 트럼프는 "투표용지에 내 이름이 없어서 졌다"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맘다니의 당선을 가장 반대했던 뉴욕시 유대인 공동체에서도 40% 이상의 지지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통적인 종교와 색깔론 공세가 더 이상 미국 정치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즉 2030세대의 표심이 민생 문제로 집중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뉴욕 시장 선거는 버지니아주, 뉴저지주와 함께 치러진 일련의 지방선거로, '미니 중간선거'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컸다. 경제적 파급력이 큰 주요 주들에서 공화당이 전패하면서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2021년 민주당 텃밭에서 공화당으로 전환되었던 버지니아주가 다시 민주당에 탈환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단순히 공화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미국 정치권의 핵심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민생고가 극심해졌고, 이것이 맘다니와 같은 민생 중심 후보들의 승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 정책 등을 계속 강행한다면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관세 정책의 운명, 법정 공방과 정치적 변수

AP연합뉴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국내 정치를 넘어 전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한 적법성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리는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의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사용했다. 이 법은 대통령의 비상 대권 중 하나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발동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지만, 1심 국제무역법원과 2심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모두 "국가 위기가 없었다"며 정당성을 부인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온다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법적 근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지금까지 부과한 모든 관세가 무효화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 등 다른 근거를 끌어올 수는 있지만, 대법원의 부정적 판결과 중간선거 패배가 겹친다면 정책 추진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시간을 끄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 판결과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보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변수가 많아지기 전에 빠르게 관세 협상을 명문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34세 무슬림 시장의 탄생은 뉴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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