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본부 온다 좋아했는데…트럼프에 뒤통수 맞은 메릴랜드 결국

반세기 넘어 노후화된 FBI본부 이전 추진
바이든행정부때 메릴랜드 낙점
트럼프행정부 기조 바뀌자 메릴랜드 반발

워싱턴 D.C.에 위치한 FBI본부 건물 전경. 미의회도서관

메릴랜드주 정부가 워싱턴 인근에 신축 예정이던 연방수사국(FBI) 새 본부 건설을 가로막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와 주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 시내 로널드 레이건 빌딩 단지로 FBI 본부를 옮기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랜 검토 끝에 선정한 메릴랜드 그린벨트 부지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FBI는 수년간의 논의 끝에 새 본부를 워싱턴 D.C. 외곽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지역에 신축하기로 결정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 계획이 급변했다. FBI는 대신 현재 본부에서 몇 블록 떨어진 도심 내 로널드 레이건 빌딩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어 주지사는 "그 건물은 너무 오래되고, 너무 작으며, 너무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FBI 본부는 2025년 기준으로 필요한 현대적 보안시설과 안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 건물은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메릴랜드의 앤서니 브라운 법무장관(민주당)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가 이미 내린 결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이를 무효화하려 하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연방법 위반이자 의회 지시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가 그린벨트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배정한 1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세 곳으로 한정된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된 그린벨트를 무시하고, 주정부와 지방정부와의 협의 의무를 위반했으며, 수년간의 계획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방 소송은 불법적인 레이건 빌딩 선택을 중단시키고, 의회가 승인한 예산의 전용을 막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절차를 따르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소송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메릴랜드주는 FBI 본부를 유치함으로써 1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앞서 전체 직원이 약 1만1000명에 본부 관련 일자리만 7500개에 달하는 FBI의 본부 이전을 둘러싸고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가 경합했다가 2023년 메릴랜드가 낙점된 바 있다.

현재 FBI 본부는 1975년 준공된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의 J. 에드거 후버 빌딩에 위치해 있다. '브루털리즘(Brutalism)' 양식의 이 건물은 노후화로 인해 외벽에서 떨어지는 파편으로 인한 보행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에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이슈&트렌드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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