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실험 재개 발표에 러 푸틴 '핵무기 시험 준비'

美, 1992년 중단한 핵실험 재개
푸틴, 트럼프 발언에 "심각한 문제"
트럼프 "러·중과 핵군축 협상 가능"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3년 만에 쏘아 올린 미국의 핵실험 재개 발표가 러시아를 자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회의에서 외무부, 국방부, 특수부대와 관련 민간 기관에 핵무기 시험 준비에 관한 제안서 제출을 지시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시험 재개 발표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따른 의무를 엄격하게 준수해왔다면서도 미국이나 다른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시험한다면 러시아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경주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CBS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러시아도, 중국도 모두 핵실험을 하고 있지만, 공개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며 미국의 핵실험 재개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30년 이상 핵실험을 자제해왔는데 이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실험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핵실험을 "러시아도 하고 있고, 중국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말하지(공개하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핵무기 시험 대상이 핵탄두 자체인지 핵을 탑재하거나 핵을 동력으로 한 무기인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 정부는 곧 실제로 핵폭발 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가 논의 중인 실험은 시스템 테스트로 핵폭발이 아닌 비임계(non-critical) 실험"이라며 "핵무기의 핵심 폭발을 제외한 다른 부품들을 점검해 핵폭발이 필요한 조건과 기하학적 구성을 제대로 형성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관계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러시아와 중국 등 경쟁 핵보유국의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핵실험에 대해 트럼프가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아무도 모른다(본인도 모를 것이다)"며 "하지만 그는 미국 대통령이다. 그리고 이런 발언이 초래할 결과는 피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전면적인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이 타당한지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단행했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관련 발언과 연결 짓는 해석이 뒤따랐다. 미군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실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했다. 사거리 9600㎞에 이르는 미니트맨3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 무기체계로, 이날 비행체는 약 4200마일(6759km)을 날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비즈니스포럼에서 러시아·중국과 핵군축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핵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4∼5년 내로 따라잡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 3국을 비핵화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게 효과가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로드맵은 없었다.

국제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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