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에 전시된 말 함안 말이산 8호분 말 갑옷 재현품. 국가유산청 제공
가야 시대 말 갑옷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실제 전투에서도 방어 기능을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경남 함안 말이산 8호분에서 출토된 말 갑옷 재현품에 대한 타격 실험 결과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연구소는 고대 가야의 금속 가공 기술과 병기 운용 방식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음을 확인했다.
함안 말이산 8호분은 5~6세기 아라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대형 고분이다. 1994년 발굴조사에서 말 갑옷과 말 얼굴 가리개(馬胄), 사람 갑옷, 투구, 둥근 고리가 달린 긴 칼 등이 함께 출토됐다.
연구소는 2004년까지 1차 보존처리를 마치고, 2020년부터 2차 보존처리와 과학적 분석을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부위별 탄소 함량이 서로 다른 사실이 확인됐다.
말의 몸통을 덮는 신갑(身甲)의 탄소 함량은 0.2% 수준으로 낮았고, 목과 가슴을 보호하는 경·흉갑(頸·胸甲)은 0.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두 종류의 철판 재현품을 제작해 각각에 쇠 화살을 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탄소 함량이 낮은 신갑은 화살에 관통했으나, 철판이 겹친 부분에서는 화살이 말의 몸체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이는 여러 장의 작은 철판을 가죽 줄로 이어 붙인 '찰갑(札甲)'의 구조적 특성 덕분이었다. 반면 탄소 함량이 높은 경·흉갑은 화살이 관통하지 않고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높은 방어력을 보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가야의 갑옷은 단순한 철판 보호구가 아니라, 겹겹의 방어층을 형성해 실전에서도 충분한 방어 기능을 발휘했다"며 "이는 고대 가야의 철기 제작 기술이 상당히 발전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 말 갑옷 재현 과정을 담은 별도 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 실험에 사용된 말 갑옷 재현품은 경남 김해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1층 전시실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