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보행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AI) 예측 기술의 실증이 천안에서 국내 처음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8월부터 천안시 주요 교차로 4곳에서 '예지(豫知)형 보행자 안전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실증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이 '예지형 보행자 안전 인공지능 서비스' 운용 과정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이 기술은 보행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단순히 보행자를 탐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전자가 미리 확인하기 어려운 횡단 예정 보행자까지 사전에 인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핵심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보급된 보행자 알림 시스템은 사람이 수동으로 특정 '검지(檢知) 영역'을 설정, 영역과 인접한 곳을 지나가는 보행자까지 위험으로 인식해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경보를 울렸다. 또 카메라가 새로 설치되거나 방향이 변경될 때는 검지 영역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뒤따랐다.
무엇보다 보행자가 이미 도로에 진입한 후에야 경고가 울려 운전자가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설정된 검지 영역 바깥의 차도 구간을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를 고려할 때 ETRI가 개발한 '예지형 보행자 안전 서비스'는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예측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존 보행자 알림 시스템과 구별된다.
가령 이 기술은 현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 운전자용 전광판, 제어기, 원격 영상분석 서버로 구성·운용된다. CCTV가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2초 이내에 도로 영역 맵을 자동으로 생성해 횡단보도와 차도 전체를 위험 위치로 식별하고 이를 통해 실제 교통 환경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
특히 보행자의 미래 경로를 예측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3초 전부터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 알림을 보낼 수 있다. 위험 알림은 예측된 보행자의 미래 이동 경로를 토대로 위험도를 산출해 0~4단계(총 5단계)의 단계별 위험 정보(보행자 안전 이미지)를 안내 전광판에 시각적으로 표시한다.
이는 횡단할 보행자만 인식해 경보를 울려 불필요한 알림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운전자가 우·좌회전할 때 사각지대의 보행자까지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지형 보행자 안전 시스템 구성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ETRI는 현재 천안역 인근 2곳과 터미널사거리 2곳 등 유동 인구가 많은 4개 지점을 선정, 시스템을 설치해 우회전 차량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2027년 본격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스마트 교통 솔루션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 될 예정이다. 또 ETRI는 전국 지자체로 이 기술을 확대 보급하기 위해 천안 외에 다른 지자체와도 실증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향후에는 차량의 미래 경로를 예측해 보행자에게 초지향성 스피커로 접근 차량 주의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과 자연어 기반 교통 분석 질의응답 등 확장 기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복안이다.
ETRI 시각지능연구실 문진영 박사는 "이번 실증은 '보행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운전자에게 3초 먼저 알려 준다'는 새로운 교통안전 기준을 현장에 적용한 첫 사례"라며 "실증에서 ETRI는 교차로 환경을 자동으로 이해하고 위험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안전 체계를 검증했으며, 앞으로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예지형 교통안전 기준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