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다시 만나는 李-트럼프, 관세협상 해법 분수령

장기 교착된 협상 돌파구 주목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안 이견
현금·대출·보증 비율 합의 난항
정상 간 톱다운 방식 풀어낼지 주목
극적 타결땐 불확실성 해소…안보·통상 빅딜 시나리오도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만난다. 두 달 이상 교착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국은 대미 투자펀드의 현금투자 비중과 운용방식을 놓고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통상과 안보 현안 전반을 포괄하는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8월 말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으로, 미국과의 최단기간 내 상호방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관세 협상 타결 여부다. 양국은 대미 투자 방안을 놓고 대부분의 세부 내용을 합의했지만, '한두 개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에서 '현금·대출·보증' 비중을 어떻게 섞을지, 일시에 집행할지 분할로 갈지, 투자에 따른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할지, 외환시장 충격을 흡수할 금융 안전장치를 어디까지 문서화할지가 과제다.

이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 장관이 APEC 정상회담 직전까지 협상을 진행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이뤄진다면 정상회담 전 마지막 고위급 협상이 된다. 실무진에서 좀처럼 좁히지 못한 쟁점을 양국 정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낼 여지도 남아 있다.

만약 극적으로 관세 협상이 타결된다면 통상·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줄고, 자동차·부품·철강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내세워왔던 '국익중심 실용외교' 기조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 경우 관세뿐 아니라 한미 간 안보 현안까지 망라한 합의 내용이 발표될 수 있다. 양국은 지난 워싱턴 회담을 거치며 안보 부분에서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 한국 국방 예산의 점진적 증액 기조를 재확인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와 공급망 협력을 '경제 안보'로 연결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특히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보다 많은 권한을 갖는 방식이 논의됐다. 일부 내용은 '문서화'까지 된 상태다.

다만 의미 있는 발표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단기간 대량 외화 투자가 한국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일으킨다는 우리 협상팀의 주장을 수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0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10년에 걸쳐 매해 70억달러씩 총 700억달러 규모 현금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한국은 20% 정도를 제시한 상황이라 간극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9 강진형 기자

게다가 대통령실은 APEC 기간 한미가 합의된 부분만 따로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안보 분야라도 따로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관세·안보 문제를 한 번에 공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관세·안보 양축에서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하는 '노딜' 국면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APEC 정상회의라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관세 협상)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정치부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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