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 사라지고, OTT 보존은 '사각'

민형배 "납본제도·영비법 전면 개선 시급"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이 지난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영화유산 보존의 심각한 현실을 비판했다.

민 의원은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외치지만, 정작 영화 유산은 사라지고 있다"며 "지난 100년간 제작된 한국영화 중 10편 중 1편꼴로 영구히 사라졌고, 급성장하는 OTT 콘텐츠는 법적 보존 시스템 밖에 놓여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의원이 한국영상자료원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영화 납본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19~2024년 제작된 한국영화 1만5,055편 중 1만3,472편만이 현재 보존돼 있다. 나머지 1,583편의 영화는 필름조차 남지 않은 상태로, 사실상 다시 볼 수 없는 '잃어버린 영화'가 된 셈이다.

특히 ▲나운규의 '아리랑'(1926) ▲이규환의 '임자없는 나룻배'(1932) ▲이만희의 '만추'(1966) ▲임권택의 '잡초'(1973) 등 한국영화사의 큰 발자취를 남긴 초기 걸작들이 대거 유실돼 1933년 이전 작품 중 현존하는 것이 단 한 편도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메워지지 않는 영화사적 공백은 단순한 자료 손실을 넘어 미래 세대가 접할 한국의 문화적 원형이 훼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현행법과 제도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상 의무납본제도는 '영화상영관 상영작'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OTT 플랫폼을 통해 제작·배포되는 콘텐츠는 '비디오물'로 분류돼 한국영상자료원 제출 의무가 없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나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2021)처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K-콘텐츠조차 국가 주도의 공식 보존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다.

민 의원은 "K-컬처 300조원 시대를 말하면서 정작 콘텐츠의 근간인 영화가 사라지고 있다"며 "OTT 등 새로운 제작 형태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의무납본제도 전면 개편과 영비법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강성수 기자 soo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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