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폴란드의 한 농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가짜 영상 때문에 150t이 넘는 감자를 도난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그는 "공포 영화 같은 일"이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이 피오토르의 감자밭에서 감자를 쓸어담고 있다. 오디티센트럴
22일(현지시간) 바이스, 오디티센트럴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남동부 포드카르파치 지역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농부 피오트르(68)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영상 때문에 뜻밖의 피해를 입었다.
영상에는 피오트르의 밭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농부가 팔 수 없는 감자 150t을 버렸다. 누구든지 와서 공짜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수확과 저장을 마친 감자의 구매자를 찾을 수 없자, 농부가 주민들이 직접 이를 가져가길 바라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지역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했다. 수백 명의 주민이 자루와 양동이, 굴착기까지 끌고 농장으로 몰려들었다. 무려 60t을 실어 간 차량도 있었다. 도둑맞은 감자의 가치는 약 1만4000유로(약 2330만원)로 확인됐다.
당시 피오트르는 가족 모임 참석을 위해 농장을 비운 상태였다. 사태를 전혀 모른 채 돌아온 그는 밭에 널브러진 감자 조각과 휩쓸린 자루들만 보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평생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며 "마치 공포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악몽 같았다"고 토로했다.
피오트르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발적인 반환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다"며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란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상은 삭제된 상태며 최초 게시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