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 어치 보석 털린 루브르 관장 '허술한 보안에 끔찍한 실패…책임지겠다'

루브르 박물관, 19일 4인조 절도범에 털려
박물관장, 상원에서 보안 시스템 부족 고백
박물관 내 경찰서 설치 등 요구하기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4인조 절도범에 의해 교란당한 지 사흘 만에 상원에서 현안 질의가 열렸다.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일간 르 몽드를 인용해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이 이날 오후 상원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출석에서 박물관 내 경찰서 설치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데카르 관장은 또 단기적으로 시행 가능한 조치로 '박물관 인근 지역의 보안 강화'를 거론하며 "건물 바로 근처에 차량이 주차하는 걸 막는 '거리 제한 장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이 22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상원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출석했다. AP연합뉴스

이날 데카르 관장은 "사건 당시 박물관의 경보 시스템은 정상 작동했다"며 "아폴론 갤러리에 근무하던 직원 4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안 프로토콜을 이행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장을 확보하고 관람객들을 차분히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도둑들의 침입을 충분히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며 "끔찍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데카르 관장은 사건 발생 내각에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문화부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최초의 여성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지난 2021년 9월부터 직을 맡아왔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그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견디시라. 박물관 개보수 추진 동력을 꺾을 수 없다"고 한다.

현안 질의에서는 박물관 내 보안 시스템의 부족이나 노후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그는 "현재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노후화했다"며 "설비 시설이 박물관의 모든 외벽을 커버하지는 못한다"고 고백했다. 또 "아폴론 갤러리의 경우 (외부에) 설치된 유일한 카메라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침입이 발생한 발코니를 커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보안 시스템을 새로운 유형의 공격, 예상치 못한 수법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박물관의 장비와 인프라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루브르 박물관 노조도 박물관장 사퇴보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들은 전날 공동 성명에서 "이번 비극적 사건은 국가 유산 보호가 예산 삭감과 인력 부족으로 약화한 시스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강화 조치를 가속화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9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아폴로 갤러리에 전시된 보석들을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4인조 절도범은 센강변 쪽의 루브르 박물관 외부에 사다리차를 세워두고 2층에 있는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났다. 절도범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으며, 파리 검찰은 도난당한 보석의 가치를 총 1400억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다만 왕실 보석 세트가 포함돼 있어 "경제적 피해보다 역사적 손실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건 발생 후 이틀 연속 폐관했던 루브르 박물관은 21일 정기 휴무일을 거쳐 이날 사흘 만에 재개관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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