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이번 대책은 어느 정도 예고된 상태라 미리 움직인 계약자들이 대다수여서 예상보다 큰 혼선은 없었습니다." (A 시중은행 관계자)
"휴가를 내고 영업점 개점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고객들도 있었고, 체감상 평소보다 내점 고객이 1.5배 이상 늘었습니다." (B 시중은행 관계자)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인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은행 현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미 6·27 대책을 경험한 데다, 대책 발표 전부터 추가 규제가 예고된 만큼, 미리 계약을 마친 사례가 많아서다. 다만 일부에서는 전산 반영과 예상치 못한 강한 대출 규제로 일시적인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은행은 새 대책의 전산 반영을 위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일시 중단했고, 전례 없는 광범위한 규제지역 지정으로 인해 계약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정부의 추가 가계부채 대책 발표에도 은행 창구는 비교적 조용했다. 이미 대책 발표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 구입 계획이 있던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주담대 신청을 마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최대 6억원)가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되면서 관련 문의가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15 대책 발표 이후 영업점 창구나 전화로 가계대출 문의가 평소보다 다소 증가하긴 했으나 폭증 수준의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포구, 성동구 등 이미 규제지역이거나 지정 가능성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추가 규제 문의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이미 예고된 규제를 앞두고 미리 계약과 대출을 마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책에는 '스트레스 금리' 상향이 포함돼 차주들의 혼선을 불렀다. 현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따라 차주별로 1.5~3.0%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만, 이번 대책으로 하한선이 3%로 상향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가 3%로 인상 시 소득 5000만원인 차주(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대출금리 4% 가정 시)의 경우 금리 유형에 따라 대출한도가 최소 2200만원~최대 4300만원 줄어든다. 특히 소득이 높을수록 한도 감소 폭은 더 크다. 소득 1억원인 차주는 금리 유형에 따라 6700만~8600만원가량 한도가 축소된다. 사실상 4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인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의가 들어온 케이스 중 이미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DSR 강화가 즉시 시행되면서 기존 상담 시 안내받은 대출 한도와 차이가 있는지, 줄어든다면 얼마나 줄어드는지 등을 물어보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전산 개편을 위해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주담대 한도가 설정된다. 세부적으로는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한도가 설정됐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대책이 발표된 15일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2' '하나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신규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0·15 부동산 대책 개편안 반영을 위한 조치"라며 "추후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날 자정부터 전산 반영 작업을 시작했으며, 17일부터 비대면 대출을 재개할 방침이다.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 은행들도 주담대 취급을 일시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주담대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케이뱅크도 전날 자정부터 비대면 주담대 신청을 막았다. 다만 '신규 구입자금'에만 제한을 두고, 생활안정자금과 대환대출은 비대면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중단 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은 이번 대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자체적으로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해온 터라 큰 혼선은 없지만, 이번 여신 한도 강화와 사실상 '4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은 예상 밖 조치였다"며 "특히 실수요자들에게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도 이미 주담대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대출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