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에 밀린 쏘맥…하이트진로, 맥주 성수기 '쓴맛'

올해 3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뒷걸음 전망
맥주 출고가 인상 후 가수요 반동에 출하량 감소
내수 의존 구조·고정비 부담에 이익률 방어도 역부족

국내 주류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내수 둔화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내수 시장의 성장 정체가 맞물린 데다, 높은 고정비 및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여름철 맥주 성수기 효과도 사라졌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은 68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57억원)보다 0.0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56억원으로 전년 동기(702억원) 대비 6.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주와 맥주의 총수요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3분기도 이같은 기조는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분기 맥주의 수요 감소 폭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맥주 출고가 2.7% 인상 이후 주류 도매상 가수요 물량이 소진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도매상들이 미리 사재기로 인해 2분기에 출하량이 앞당겨졌고, 3분기에는 오히려 출고량이 일시적으로 줄어 실질적인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가격 인상에 대한 민감도 차이도 맥주가 성수기인 여름에 힘을 쓰지 못한 배경으로 보인다. 최근 맥주가 하이볼 등 RTD 제품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유인을 많이 잃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일상 소모성 음료로 소비가 습관화된 측면이 있어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경우도 많고 가격 충격에 더 내성을 가질 수 있다"며 "반면 맥주는 소주에 비해 대체 가능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소폭의 가격 인상에도 소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류 산업 1위 사업자인 하이트진로가 이처럼 매출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의 한계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내수 비중이 높다. 최근 소주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절대 규모 면에선 미미한 셈이다. 이런 구조는 국내 외식 경기 둔화에 곧바로 노출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식문화 축소 등으로 주류 소비량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식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둔화로 식당과 주점 매출이 감소하고 있고, 이는 곧바로 소주와 맥주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30대의 음주 빈도 감소라는 구조적인 흐름도 하이트진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주류시장은 소주와 맥주에서 하이볼과 논알코올 주류까지 가벼운 음주 제품군으로 빠르게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테라 라이트' 등 부담이 적은 제품을 선보이며 대응하고는 있지만 소주와 라거 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시장 변화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며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맥아와 주정 등 원재료의 수입 단가가 올해 상반기 평균 7~9% 오르고, 유가가 상승하며 전반적인 비용과 물류 구조가 악화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영업 네트워크가 전국 단위로 광범위한데, 이는 고정비 비중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판매량이 조금만 줄어도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로 이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정부의 소비쿠폰 등 민생부담 완화책이 연휴·연말 성수기와 겹치며 마트·편의점 판촉이 강화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4분기는 전 분기 부진을 만회하는 분기가 될 전망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보다 마케팅 비용을 늘려 매출 회복에 주력할 계획인 만큼 그에 따른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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