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자살 사망자들이 남긴 유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가족을 의미하는 '엄마(어머니·어머님)'와 '아빠(아버지)'로 나타났다.
한강 교량 위 SOS 생명의전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9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자살 사망자 10만2538건을 분석한 보고서 '유서 분석을 통한 살해 후 자살의 특성 연구'를 최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는 자녀·부모·배우자 등 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살해 후 자살' 사례와 그렇지 않은 일반 자살 사례를 비교했다.
재단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연구팀은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 215건, 그 외 자살 사망자 유서 3만7735건 중 각각 209건과 418건을 추출해 자연어처리 기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살해 후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는 총 7015개의 명사 가운데 '엄마, 어머니, 어머님'이 246회(3.5%)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아빠, 아버지'가 149회(2.1%)로 뒤를 이었다. 그 외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도 '엄마, 어머니, 어머님'(522회·3.8%)과 '아빠, 아버지'(414회·3.0%)가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 즉 전체 자살 사망자 유서에서 부모를 지칭하는 표현이 가장 많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유서분석을 통한 살해 후 자살의 특성 연구' 보고서
이 수치에는 부모에게 남긴 메시지뿐 아니라 자신을 '엄마'나 '아빠'로 표현한 문장도 포함됐다. 일반 자살자의 유서에서는 이 밖에 '사람'(1.7%), '아들'(1.6%), '말'(1.6%), '가족'(1.2%)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반면 살해 후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는 '돈'(1.7%)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점이 특징이었다. 그 외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 '돈'의 비중은 1.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연구팀은 유서의 감정을 28개 범주로 분류한 결과 살해 후 자살자의 유서에서는 '분노', '흥분', '중립' 감정이 그 외 자살자의 유서에서는 '배려', '사랑', '슬픔'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살해 후 자살 사례를 세부적으로 보면 피해자가 자녀인 경우 30~40대 부모가 경제적 부담이나 자녀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었고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50대 이상이 돌봄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을 주된 원인으로 언급했다.
연구진은 "살해 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위한 사회보장 확대, 가족 내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서비스 확대, 심리 상담 접근성 확대 등 다각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