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송보현기자
광주 도심의 한 식당이 문을 닫고 임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송보현 기자
장기 불황 속에 광주·전남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대출 규모와 연체액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채무 불이행자 수가 5년 새 광주는 3.7배, 전남은 4.1배 늘며 지역 자영업자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9일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는 광주 8만5,130명, 전남 13만2,53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이 8월 기준으로 발표한 전체 자영업자 수(광주 13만9,000명, 전남 28만8,000명)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광주 동구 충장로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송보현 기자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금융 채무 불이행자는 광주 4,929명, 전남 6,422명에 달했다. 광주의 금융 채무 불이행 개인사업자는 2020년 1,313명에서 2025년 7월 4,929명으로 3.75배 증가했고, 전남은 같은 기간 1,563명에서 6,422명으로 4.1배 늘었다.
전체 대출 규모도 커졌다. 광주는 2020년 18조7,619억원에서 2025년 7월 24조7,898억원으로, 전남은 같은 기간 19조6,894억원에서 30조7,626억원으로 각각 1.5배 늘었다. 특히 금융 채무 불이행자의 대출금액은 광주 1,978억원에서 8,969억원, 전남 2,205억원에서 1조513억원으로 4.5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자영업자 10명 중 한 명 이상이 저소득·저신용으로 연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취약차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절반은 비은행권 대출을 보유해 채무 질 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재 지역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폐업하면 채무 상환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폐업조차 못 하고 빚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광주는 대기업이 적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대출 이자 조정과 상환 유예 등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