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인도에서 기침 시럽을 먹은 어린이 1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디에틸렌글리콜(DEG) 성분이 검출된 인도 제약사의 기침 시럽 ‘콜드리프’. 인도에서 최근 어린이 11명이 이 기침 시럽을 복용한 뒤 사망했다. NDTV 캡처
5일 인도 현지 매체 NDTV와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은 최근 중부 마디아프레데시주에서 9명, 서부 라자스탄주에서 2명의 영유아 및 어린이가 숨진 사건이 이들이 복용했던 기침 시럽과 관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보건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숨진 아이들은 모두 5살 미만이었고, 문제의 기침 시럽을 먹은 뒤 급성 신장손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숨진 아이들이 복용한 기침 시럽은 남부 타밀나두주의 제약사 스레산파마가 생산한 '콜드 리프'라는 제품이었고, 이들 제품에서 허용치 이상의 다이에틸렌글리콜(DEG) 성분이 검출됐다. 마디아프라데시주와 타밀나두주 정부는 콜드 리프 기침 시럽 판매를 금지했다.
게티이미지
DEG는 차량 부동액이나 페인트, 브레이크액, 플라스틱 제조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용제다. 의약품에는 사용이 금지됐지만, 일부 제약사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시럽의 용매인 글리세린 대용으로 DEG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EG를 허용치 이상으로 섭취하면 이번 사례처럼 급성 신장손상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19개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해 검사를 진행해 품질 관리 허점 등을 파악하고 향후 사고 예방을 위한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DEG 및 유사 성분인 에틸렌글리콜(EG)에 오염된 기침 시럽의 위험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특히 어린이는 체구가 작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을 복용했다고 해도 치명적일 수 있다. 메스꺼움, 복통, 배뇨 감소 등의 증상이 시작되며 심한 경우 급성 신부전, 발작, 사망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앞서 2022년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도 어린이 최소 69명이 인도 제약사가 생산한 기침 시럽을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으며, 2023년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인도산 기침 시럽을 먹은 어린이 19명이 숨졌다.
이에 WHO는 DEG 등 유해 성분이 과다하게 함유된 인도산 및 인도네시아산 기침 시럽으로 세계 7개국에서 3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숨졌다면서 제조 및 유통 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회원국에 경고했다. 또 인도 정부도 기침 시럽을 수출할 때 사전에 정부 실험실에서 성분 검사를 마쳤다는 인증서를 받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