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작가 '암기 공부 더는 안 통해…AI시대 인재 길러내야'[대학 대전환](17)

변별력 위한 공부·시험 위한 공부
대학에 필요한 인재 선발 못해

가르침보다 길러내는 교육을
'경량문명적 배움' 습득해야

대학 '학위보다 능력 중심' 돼야
학생들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중요한 것은 점수보다 경험

"평가를 위한 평가, 변별력을 위한 변별력의 시험들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선발을 위한 공부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공부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선발'을 위해 발전해온 한국 교육의 한계에서 찾았다. 상식과 소양을 위한 공부가 아닌 변별력을 위한 공부, 시험을 위한 공부가 돼 대학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송 작가는 "앞으로의 교육은 가르침(Teaching)보다는 길러냄(Nurturing)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이 보편화돼 즉시 지식을 제공하는 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대학이 그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과 대학의 인재 미스매칭에 대해서도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이라기보다 배움의 장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AI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미스매칭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송 작가는 그의 저서 '시대예보:경량문명의 탄생'에서 '경량문명'을 무게와 안정을 포기하는 문명으로 정의하면서, 그 속에서 명문화되고 구조화된 지식을 외우고, 시간 내 정답을 내 수만 명의 사람들과의 경쟁 끝에 이겨서 기회를 독점하던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AI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경량문명적인 배움'을 습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송 작가는 "AI시대에 중요한 인재는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 배우며, 배운 것을 잊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변화 속에서 가벼워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4년 공부하고 취업하는 것으로 그동안의 학업의 효용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배우면서 자신만의 아카이브, 창업, 창작 프로젝트로 배운 것을 곧바로 활용하는 방식이 곧 경량문명적인 배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앞으로의 대학은 '학위보다 능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작가는 "종이에 적힌 자격이 아니라 실제로 증명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능력 중심의 전환이 이뤄질 때 학생들은 스스로 AI를 활용해 배움을 재정의하고, 사회와 산업에 새롭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 시스템 내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작가는 "선발 중심의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난다면 평점과 점수를 바탕으로 줄을 세워야만 하는지도 돌이켜볼 수 있다"고 했다. 줄 세우기가 목적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알거나 모르는지', '다른 친구들의 성취도 대비 자신의 위치는 어디인지' 등 학업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세계와 연결된 평가'를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송 작가는 "중요한 것은 점수보다 경험"이라며 수업 과제를 온라인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성과를 확인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사회부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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