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의 반도체 전략 무력화…기업들 혼란'

바이든 설립 기금운용 단체 비난·지원 철회
보조금 수혜자 선정 "처음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 시작한 반도체 핵심 기술 지원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AP연합뉴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전 행정부는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주도할 국립반도체기술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냇캐스트(Natcast)를 설립했다. 엔비디아, 인텔, 삼성전자 등 200여개의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한 냇캐스트는 74억달러의 기금을 운용하며 업계 지원을 위한 R&D 시설과 인력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냇캐스트를 "바이든 충성파의 주머니를 채운 반도체 비자금"이라고 비난하며 이 단체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고 자금 회수를 단행했다. 러트닉 장관은 냇캐스트가 법적 기반이 허술하며 불법적으로 설립됐다는 법무부의 새로운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연방 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며 기금 장악을 선언했다.

이에 냇캐스트가 추진해 왔던 지원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은 물론, 냇캐스트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110여명에 달했던 직원의 90%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애리조나 등 각 주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도 불투명해졌다.

미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수혜자 선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인텔과 IBM, AMD 등 주요 기업들은 러트닉 장관의 결정 이후 상무부 관계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자사의 프로젝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기업은 향후 반도체 보조금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어떤 기업도 행정부의 표적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자금을 특정 지역이나 정치적 지지 기반에 유리하게 배분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기금관리위원회에 대거 포진하면서 투명성 부족과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보조금을 직접 통제하며 '더 나은 조건'으로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지분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개입 속에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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