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직급별 직원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역대 은행장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디지털 전환(DX)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 등 새로운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행장은 지난주 서울 본점에서 세 차례에 걸쳐 M급(매니저) 이하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토론회를 주재했다. 그는 지난 15일 6급(신입 및 계장)부터 4급(차·과장), 16일 3급(지점장 및 팀장), 19일 M급(센터장·지부장·부장·지점장) 직원들을 차례대로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회의에서는 사업계획 논의와 함께 부서 및 팀 간 시너지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으며 일부 회의는 예정된 2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지난주 M급 이하 직원 200여명을 만나 내년도 사업계획과 관련한 토론회를 주재했다. 농협은행
이 같은 토론회는 기존 사업계획 논의 방식과 확연히 달랐다. 농협은행 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시도다. 그간 농협은행은 경영기획부문 종합기획부에서 수립한 계획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각 부서에 하달했다. 그러나 강 행장은 "직원 의견을 직접 들어보겠다"며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고,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은 종합기획부가 사업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부행장 등 임원과의 회의를 따로 잡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평소 임원들과는 회의가 잦은 만큼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 기회를 더 늘리겠다는 취지다.
강 행장은 내년 사업에서 강조돼야 할 부분으로 인공지능(AI), 기업금융, 자산관리(WM)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AI에 대해선 시대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강 행장은 30여년 전 은행 창구 자동화, 최근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었지만 지금은 벌써 옛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며 "AI, 특히 에이전트 AI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가 뒤늦게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가계여신 영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외환사업과 함께 내년 사업을 잘 준비하자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WM사업에 대해서는 지난 16일 본점에 문을 연 'NH로얄챔버'를 중심으로 종합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