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美 반도체 동맹 강화

차세대 칩 공동 개발
TSMC에 잠재적 위협·AMD도 타격 불가피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500억원)를 투자해 PC·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미 AI 칩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엔비디아가 인텔과 협력해 중앙처리장치(CPU) 역량을 보완하는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텔 보통주를 주당 23.28달러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4%를 갖는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인텔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두 번째 기업이 됐다. 앞서 8월 일본의 대표적 기술투자사 소프트뱅크가 인텔에 20억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2%를 확보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인텔 지분 10%를 인수해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역사적인 협력은 AI와 가속 컴퓨팅 기술을 인텔의 CPU와 (인텔의 기존 시리즈) x86 생태계와 밀접히 연결하는 것으로, 우리는 함께 생태계를 넓히고 차세대 컴퓨팅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젠슨 황과 엔비디아 팀이 인텔에 보여준 신뢰에 감사하며, 앞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에 함께 나설 것을 기대한다"며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수십 년간 현대 컴퓨팅의 토대였으며, 앞으로도 미래의 워크로드를 지원하기 위해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양 사는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개발에 나서는 등 협력 계획도 발표했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네트워크 기술인 'NV링크'를 사용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인프라에 들어갈 맞춤형 CPU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PC용 칩 시스템도 설계한다. 다만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엔비디아 칩을 생산해 주는 내용은 이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합의는 인텔에 사실상 구명줄(lifeline) 역할을 한다"며 "동시에 인텔이 뒤늦게라도 AI 경쟁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 결정은 인텔의 경쟁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인텔의 파운드리 시설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만 TSMC에는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엔비디아의 핵심 생산 파트너다.

PC 프로세서를 두고 인텔과 경쟁을 벌였던 미국 AMD도 경쟁력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인텔이 엔비디아와 손잡으면서 데이터센터용 칩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인텔이 22.77% 폭등한 것은 물론, 엔비디아도 3.49% 급등했다.

국제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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