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용도부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면서 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잡았다.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국지적인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과열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지난번 지정기간보다 9개월 긴 1년 3개월로 늘려 잡은 건 단기간에 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17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는 이달 말 만료되는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지금까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1년 3개월로 기간을 정해 안건을 상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도계위 심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안정기인 연말에 재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올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국토부, 자치구 등과 회의를 진행하는 한편 부동산·금융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시장을 분석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 서울시는 "이번 강남3구, 용산구 재지정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 변수를 만들지 않는 쪽을 택했다.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 소유권 이전 전 전세대출 금지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됐음에도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공급 물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언제든지 시장이 반응할 여지가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꾸준히 상승하며 6월 기준 1만905건까지 치솟았고 대출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00건대로 급감했다.
서초구 반포동 인근 D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대출규제까지 나오면서 실입주 외에는 대출받기가 어려워서 거래는 거의 없다"며 "가격이 워낙 올랐고 거래가 없어도 가격을 낮추지 않는 분위기여서 토허제를 쉽게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강남3구, 용산구 토허구역 재지정 현황. 서울시 제공
강남권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개포우성1차 127㎡형은 지난달 말 직전 거래 대비 2억5000만원 오른 53억원, 도곡 렉슬 138㎡도 지난 13일 47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로 거래됐다. 신반포청구 84㎡는 지난달 23일 직전 최고가보다 1억5000만원 오른 33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잠실리센츠 27㎡는 지난 13일 직전 최고가보다 500만원 높은 16억원에 거래됐다.
이날 마포구와 성동구 등을 추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별도로 논의되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월 "토허제 발표는 상당히 예외적인 상황, 폭등이 이뤄질 때 구사하는 것"이라며 마포·성동구 추가 지정에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염두에 둔 오세훈 시장이 추가 지정이라는 부담을 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9·7 대책에서 국토부 장관에게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국토부가 추가 지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지정 권한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출 규제 직전 때처럼 시장 상황이 '불장' 수준까지 가게 된다면 지정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추가 지정하라는 의견표명이 적극적으로 나온 것은 없었고, 법 개정 이후에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지정 기간은 내년 서울 입주 물량 감소 이슈 등을 고려할 때 종전 6개월 단위보다 기간을 좀 더 늘려 관련 시장의 가수요가 발생하는 걸 막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성동, 마포 등 한강변이 아직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토허구역으로 묶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심의에서는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등 후보지로 선정된 8곳(총 44만6779.3㎡)에 대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9월30일부터 2026년 8월 30일까지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허가구역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