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분간 '중단'…숨진 해경의 마지막 무전에 담긴 내용 살펴보니

故 이재석 해양경찰관 마지막 무전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해경 이재석(34) 경사가 사고 전 파출소에 추가 인원 투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들은 해경이 '2인1조 출동'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2시 7분쯤 드론 순찰 업체의 확인 요청을 받고 혼자 현장에 출동한 이 경사는 오전 2시 16분 파출소에 첫 무전을 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고(故) 이재석 경장이 1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에서 70대 갯벌 고립자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있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함께 근무하던 B 팀장이 "꽃섬까지 직접 가야 하는 상황이냐"고 묻자, 이 경사는 "꽃섬에 요구조자가 상의 탈의하고 주저앉아서, 직접 가서 이탈시켜야 할 것 같다"고 알렸다.

이어 이 경사는 "드론업체에서 여러 차례 (A 씨에게) 나가라고 했지만 힘들어 못 나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홀로 순찰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한 뒤 "A씨를 확인했으며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다시 보고했다.

10분 뒤인 2시 54분 "요구조자를 만났다"고 무전한 이 경사는 56분 "요구자가 발이 베어 거동이 안 된다고 해서 구명조끼를 벗겨 드려서 이탈시키도록 하겠다. 물은 허리 정도까지 차고 있다"고 전했다.

"신속히 이탈 바란다"는 답신에 이 경사는 "구명조끼를 터뜨려서 이동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시 구명조끼는 끈을 당기면 튜브처럼 부풀어 오르는 형태였다고 한다. 이후 17분간 별다른 무전이 없었다.

오전 3시 14분에야 파출소는 고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통화 가능하면 교신 가능하면 아무 때나 연락해봐"라고 무전했다.

이 경사는 같은날 오전 9시 41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다른 영흥파출소 직원들은 당일 오전 3시 9분께 "물이 많이 차 있다"는 드론업체의 지원인력 요청을 받고서야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이 경사의 유족들은 '2인1조 출동' 매뉴얼을 해경이 어겼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 제37조 3항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2명 이상이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경 측은 "외부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며 "유가족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의문이 없이 명명백백하게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오는 15일부터 26일까지 약 2주간 활동할 예정이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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