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근로자 구금 재발 방지 위해 대응'…비자 개선책 나오나(종합)

"국토안보·상무부 공동 대응"
공장 이전·불법이민 단속 정책 간 모순 인식
미국인 채용·인력 양성 등 대가 요구 가능성

미국 당국의 이민 단속에서 조지아주(州)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 300명이 구금된 사건으로 비자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거론되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만큼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행정부가 비자 관련 법규 개정 등을 추진하는지 질의를 받자 백악관이 외국 기업 근로자의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레빗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일요일(7일)에 전 세계의 외국 기업들과 그들이 미국에서 하는 투자에 대해 매우 감사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그는 이들 기업이 고도로 숙련되고 훈련된 근로자들을 (미국으로) 함께 데려오기를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그들이 반도체와 같은 매우 특수한 제품이나 조지아에서처럼 배터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매우 미묘하면서도 책임 있다"며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민 정책을 총괄하고, 상무부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부처다. 두 개 주무 부처가 미국 투자 기업 소속 근로자들의 체류 자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상무부는 특정 분야 전문·기술 인력에 예외를 인정하는 비자(E-2 또는 E-3) 발급이나, 전문 직종 외국인을 위한 H-1B 비자의 국가별 할당량을 늘리는 등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관세 정책을 통해 외국 기업이 일자리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해왔다. 동시에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엄격한 불법 이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사건에서 이 전략에 모순이 드러났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민 단속 조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의 근거로 내세우는 일련의 프로젝트들이 마비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본다. 새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전문 장비의 설치 및 가동에 숙련된 기술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H-1B 비자는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에 불과하고 추첨을 통해 배정된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공급하기엔 역부족이라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당신들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전략적 모순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날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아리우스 데어 공보국장은 미국 의회가 한국 국적자를 위한 전문직 비자를 신설해야 하며, 행정부도 B1 비자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기존 비자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의 미국 비자 확보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간 불법 이민에 민감한 기조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발급 문턱을 적극적으로 낮출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인 일자리 확대를 목표하는 만큼 비자 발급을 확대하더라도 일정 규모의 미국인 채용이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병행하도록 하는 등 조건을 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해서 그들(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도 이날 "대통령은 또한 이들 외국 기업이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외국 근로자들과 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훈련하고 가르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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