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개편?' 정부 조직개편 후폭풍…시끄러운 관가

정부조직개편으로 금융당국 해체·분리 예정
금융당국 직원들 크게 반발 "금융소비자보호 오히려 역행"
산업과 에너지 정책 분리로 정책 혼선 우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공개되면서 관가에 전방위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조직 해체와 분리를 앞둔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직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세종에서도 산업과 에너지 정책이 갈라지면서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정책 혼선 우려가 크다. 원자력학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 관리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대해 "원자력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원전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9일 오전 금융감독원 직원 700여명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정문에서 조직개편안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지난 7일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독립시킨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것에 반대하는 시위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는데 이를 분리하면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찬진 금감원장과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전날 발언을 통해 이번 조직개편안을 사실상 수용한 데 대한 반발도 컸다. 이 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금감원과 금소원 간 인사 교류와 직원 처우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17년 만에 조직이 해체되는 금융위원회 역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당정은 금융위의 핵심인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되는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남은 조직은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기로 했다. 금융정책 기능이 재경부로 옮겨감에 따라서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세종시로 이주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위를 두고 "일 잘한다"고 여러 차례 칭찬하자 금융위 직원들은 조직 유지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이번 발표안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말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낙담한 직원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직원 반발과 별개로 관련 국회 법안 처리 역시 난항이 예고된다. 금융당국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은 물론 은행법, 금감위 설치법 등 연관 법안까지 줄줄이 손봐야 한다.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과 금감위 설치법을 함께 통과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법과 금감위 설치법 등을 다룰 국회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라는 점은 큰 변수다. 윤 의원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현장 목소리를 배제한 밀실 졸속 안"이라며 공개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세종시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정부가 32년 만에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갈라놓는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최소 두세 부처에 동시에 보고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보고 체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운영 현안은 기후부, 수출은 산업통상부에 각각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처마다 요구와 관점이 달라 기업은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기존에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원전 연구개발·안전규제)의 국정감사를 동시에 준비해왔다. 이번 개편으로 환경노동위원회까지 추가되면 국감 대응만으로 수 주간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제금융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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