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집권 자민당 당권 쟁탈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민당 유력 정치인들은 앞다퉈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표출했다.
8일 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과 정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총재 선거 입후보 의향을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전날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가장 먼저 입후보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외무상, 경제산업상, 경제재생상 등을 지낸 모테기 간사장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으나 후보 9명 중 6위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경제, 외교 정책에 풍부한 경험이 있지만 지명도 향상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교도는 전했다. 이시바 내각에서 정부 대변인으로 활동한 하야시 장관은 총리 관저에서 기자단에 "이전에 (함께) 싸웠던 동료들과 잘 상담하겠다"고 전했다.
하야시 장관은 방위상, 문부과학상, 외무상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작년 총재 선거에서는 4위에 올랐다.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원(One) 자민당'이 되는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동료와 상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국회의원 추천인 20명이 필요하다. 교도통신은 "'포스트 이시바' 후보는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40대 기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올랐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6~7일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이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각각 19.3%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전체 응답자 중 하야시 장관을 꼽은 답변은 2.2%, 모테기 전 간사장과 고바야시 의원은 각각 0.9%에 그쳤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이 작년 9월 총재 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차기 총재는 10월 초순 선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간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이달 중에도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