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며 총리직 퇴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지금이 퇴진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일본) 경제 안전보장 확보와 경제성장 가속을 추진할 주춧돌이 만들어졌지만, 이것으로 결말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시바 일본 총리. 연합뉴스
그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뽑아준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로 부끄럽다"면서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집권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 불신을 아직 불식하지 못했다"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외교 성과를 언급하던 중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올해 7월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에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 왔다. 그는 국정에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총리직 고수 방침을 거듭 밝혔으나 결국 자민당이 '리콜 규정'을 통해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기 직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다만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은 모두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직후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새 일본 총리가 탄생하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새로운 총재가 뽑힐 때까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착실하게 수행해 새로운 총재, 총리에게 이후를 부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40대 기수'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1차 투표 1위를 차지해 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와 관련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23%로 1위였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2%로 2위였다.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32%로, 17%를 기록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