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아동 유괴 미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늦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경찰은 "최초 신고 당시 피해 아동이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진술된 범행 차량과 실제 차량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컸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5일 이대우 서울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지난달 30일 최초 신고 접수된 사건과 관련해 CCTV 확인 결과 피해 아동이 지나가는 모습만 포착되는 등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제스처를 포착하지 못했다"며 "피해 아동과 보호자에게 CCTV를 보여줬지만, 당시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유사한 수법의 두 번째 사건이 접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CCTV에는 차량에서 남성이 접근하자 아동 2명이 놀라 도망가는 모습이 명확히 포착됐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동일 수법의 유인 시도가 총 3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피해 아동들의 초등학교 측은 지난 1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유괴 예방을 위한 주의를 당부했지만, 경찰은 "유괴 등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초기 신고 차량과 실제 범행 차량이 달라 수사에 혼선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최초 신고 당시 범행 차량이 '흰색 스타렉스 차량'으로 접수됐지만 실제 차량은 회색 쏘렌토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20대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하고 이 중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31~36분 사이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와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귀가 중인 초등학생 4명을 상대로 3차례에 걸쳐 유인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당시 중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한 채 피해 아동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접근했다. 다만 학생들이 현장을 벗어나며 모두 미수에 그쳤다. 피의자들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로 대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 전과나 성범죄 관련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행 동기, 계획 범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포렌식 등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유인은 실제로 아이를 태우지 않았더라도, 기망 행위를 통해 유인 의도를 보였다면 미수범으로 성립될 수 있다"며 "초등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유사 범죄에는 신속하고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속영장이 신청된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실제로 유괴할 의도가 있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심사 법정으로 향했다. 경찰은 나머지 가담자 한 명에 대해서는 범행을 저지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피의자는 "이런 행동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범행을 만류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