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3일(현지시간) 혼조세다. 알파벳 급등에 힘입은 기술주 강세와 고용 지표 둔화로 인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나스닥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S&P500지수도 소폭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미 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급등했던 금리도 빠르게 하락하며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후 2시24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9.99포인트(0.51%) 하락한 4만5065.82를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66포인트(0.09%) 오른 6421.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6.762포인트(0.55%) 상승한 2만1396.392에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는 알파벳이 8.29% 급등세다. 전날 자회사인 구글이 법원 판결로 크롬 브라우저 매각을 피하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 법원은 또 구글이 애플을 포함한 제3자에게 자사 서비스를 기본 브라우저로 탑재하도록 비용을 지급하는 것도 허용했는데, 이로 인해 애플 주가도 3.11% 치솟는 중이다. 테슬라는 2.25% 강세다. 빅테크가 규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면서 일부 기술주들이 오르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마크 마하니 인터넷 리서치 수석은 CNBC 인터뷰에서 구글에 대해 "이제 혼란은 끝났다"며 "우리는 펀더멘털에 집중할 수 있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여전히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고용 지표 둔화로 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진 것도 투심을 뒷받침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71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735만7000건)보다 17만6000건 줄었으며, 시장 예상치인 738만건을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경제적 영향을 살피며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빠르게 악화된다"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중립 수준보다 1.0~1.5%포인트 높다"며 "다음 3~6개월 동안 여러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동시장 둔화 조짐에 이달 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행 연 4.25~4.5% 수준의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5% 이상 반영 중이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급등하던 국채 금리도 고용 지표 둔화에 따라 하락하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보다 7bp(1bp=0.01%포인트) 내린 4.89%를 기록 중이다. 10년물 금리는 6bp 떨어진 4.2%, 2년물 금리는 4bp 하락한 3.61%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채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환급 가능성에 따른 재정 불안 우려가 부각되며 이날 개장 전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토로의 브롯 켄웰 미국 투자 분석가는 이날 고용 지표가 "경고 신호는 아니지만 미국 노동시장이 완화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며 "Fed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것임을 시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라는 이점 때문에 눈에 띄는 노동시장 둔화를 반겨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흐름을 가늠할 더 중요한 지표는 오는 5일 발표될 8월 고용 보고서다. 시장은 비농업 신규 고용을 7월(7만3000건)보다 소폭 증가한 7만5000건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넉 달 연속 10만명 미만 증가에 그치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인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업률은 7월 4.2%에서 8월 4.3%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