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송승섭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어 발표한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3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보다 19.3%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배분·조정, 자문회의 심의·의결 후 기획재정부에서 최종 편성하는 '주요 R&D' 예산은 올해보다 21.4% 늘어난 30조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기술주도 성장'·'모두의 성장'을 정책 기조로 무너진 연구생태계의 완전한 복원과 진짜 성장 실현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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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30조원이 넘는 주요 R&D 예산은 '기술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으로 구분된다. 기술주도 성장은 산업·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를 대도약 시키는 게 골자다. 인공지능(AI)·에너지·전략기술·방산·중소벤처 등 5개 분야에 집중한다.
예산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분야는 AI다. 정부는 올해보다 106.1% 늘어난 2조3000억원을 AI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신속한 우위를 확보하고, 생태계 전반의 독자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예산은 범용인공지능(AGI), 경량·저전력 AI 등 차세대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AI고속도로'로 구축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연구수요 대응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특히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관리해 AI기본사회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지원한다. 또 온 국민이 AI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AII 기본사회'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구분야별 특화 AI모델 개발, 산업 전반의 AI 내재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AI를 행정·보건·국방 등 공공 영역에 도입할 방침이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부문은 전략기술이다. 정부는 29.9% 증가한 8조5000억원의 예산을 통해 5년 안에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미래시장과 산업생태계 주도를 위해 미래 핵심기술인 양자컴퓨팅과 합성생물학의 원천기술을 지원하고, AI반도체 등 공급망과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기술을 내재화한다. 이미 기술 수준이 높은 자율주행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기간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실증기술 개발을 뒷받침한다.
에너지 분야는 2조6000억원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에는 기술개발이나 소규모 실증사업에 예산을 썼지만, 앞으로는 국산화와 상용급 실증에 주력한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초고효율 태양전지, 초대형 풍력시스템, 차세대 전력망, 장주기에너지저장(ESS) 기술을 개발한다. AI 대전환에 따른 전력수요 대응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천기술 투자도 지속한다.
방산 부문은 3조9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K-9 자주포와 천궁 성능 고도화를 추진한다. 우주·사이버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전자전, 차세대 전투기 KF-21 개발 투자도 확대했다. 중소벤처 예산은 3조4000억원으로 민간의 투자검증을 거친 기업과 기술에 대한 후속 R&D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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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R&D 예산의 또 다른 축은 연구생태계 회복이다. 기초연구 부문 예산은 14.6% 늘어난 3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정부는 위축된 연구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개인기초 연구과제 수부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2023년 1만4499개에서 올해 1만1827개로 줄었던 연구과제 수는 내년에는 다시 1만5311개로 대폭 늘어난다. 폐지됐던 기본연구도 복원하고 비전임교원도 연구할 수 있도록 신규 과제를 확대했다.
인력양성에는 1조3000억원을 투입해 최고급 이공계 인재 유치에 나선다. 특히 최고 수준의 인재를 빠르게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연봉, 안정적 연구비, 정착비까지 패키지로 지원할 방침이다. 출연기관 예산은 4조원으로 중장기·대형연구를 통한 국가임무 중심 연구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정부 수탁과제가 끝나도 이를 기관출연금으로 재배분하고, 최우수 연구자 인센티브를 신설해 연구자의 환경을 개선한다. 이 밖에도 재난안전 예산 2조4000억원, 자생적인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성장 예산은 1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로서 연구생태계의 회복을 넘어 완전한 복원과 진짜 성장 실현을 위해 파격적으로 확대했다"면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R&D 투자시스템을 통해 과학기술계와 함께 지속 가능한 연구생태계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