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상에 혜택도 강제 소멸…'적자 늪' 번개장터의 꼼수?

다음 달 17일 판매수수료 3.5%→6%, 번개머니 도입
'혜택'인 줄 알았는데…인출하면 2.5% 환급분 소멸
부채는 줄고 이익은 늘고…사모펀드 엑시트 전략?

번개장터가 판매수수료 인상과 함께 도입한 사이버 머니 '번개머니'가 혜택을 가장한 꼼수라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번개머니 도입이 거래 편의성과 판매자 혜택 강화를 위한 수단이란 설명이지만, 수수료 대폭 인상으로 판매자 부담을 키운 데다 환급분마저 인출 시 소멸하도록 설계해 '줬다 뺏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서다. 번개장터를 인수한 사모펀드(PEF)가 수백억원의 적자 국면을 타개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하기 위한 재무 개선의 수단이란 목소리도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는 지난 18일 공지사항을 통해 판매수수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일반상점(개인 판매자) 수수료를 현행 3.5%에서 6%로 올리고, 프로상점(전문 판매업자)은 일괄 5%에서 카테고리별 6~10%로 차등 적용한다. 시행일은 다음 달 17일이다.

같은 날 사이버 머니 '번개머니'가 새로 도입되면서, 판매대금 정산 방법에 변화가 생긴다. 방법은 두 가지다. 판매자가 번개머니로 정산을 선택하면, 상품 가격의 6%를 수수료로 차감한 뒤 2.5%를 번개머니로 환급받는다. 예를 들어 개인 판매자가 상품을 10만원에 팔면, 6000원이 수수료로 차감되고, 2500원이 번개머니로 적립돼 최종 9만6500원이 전자지갑에 들어오는 구조다. 만약 기존처럼 계좌 입금을 선택하면, 환급 없이 수수료 6%만 차감돼 총 9만4000원이 입금된다.

번개머니는 번개장터 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환급분(2500원)은 현금화할 수 없는 포인트나 마일리지의 개념에 가깝다. 이에 대해 번개장터는 이 환급분이 수수료 6%를 전부 떼지 않고 일부를 판매자에게 되돌려주는 '혜택'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지갑에서 번개머니를 인출해 현금화할 때 환급분 전액이 강제 소멸한다는 점이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이용자 중 상당수가 개인 판매자다. 지속해서 거래하는 전문 판매업자와 달리, 수익금을 당장 인출해 현금화하려는 개인 판매자 특성상 환급분은 사용되지 못한 채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수료 6%를 차감하는 계좌 입금 방식과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수수료가 인상된 상황에서 환급 혜택까지 사라져 생색내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는 회계상 충당부채로 처리돼 기업의 부채로 인식된다"며 "환급분이 소멸할 경우 부채가 줄어드는 동시에, 그만큼이 영업외수익(잡이익)으로 잡혀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수료 인상으로 매출을 더욱 끌어올리는 한편, 환급분 소멸을 통한 반사이익까지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면서 재무제표 개선을 노리는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같은 꼼수 논란은 번개장터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엑시트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번개장터는 2020년 사모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약 15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매출액은 2020년 140억원에서 지난해 44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최소 135억원에서 최대 393억원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매년 수백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이어간 탓에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없는 셈이다.

국내 사모펀드의 평균 회수 기간이 지난해 기준 5.2년인 점을 고려하면, 결제수수료 중심의 매출 확대로 적자 극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번개장터는 그간 결제수수료매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2020년 매출액에서 결제수수료매출 비중은 25.6%로 광고매출(50.5%)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0.5%까지 확대하며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중고 플랫폼인 당근이 광고매출 비중을 99%까지 끌어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는 대비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은 플랫폼 운영상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지만, 번개머니는 중고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추가 지급되는 보너스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다"며 "거래 선순환 구조를 위한 것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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