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중소기업계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업계 우려를 전달하고 노사 합의를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노란봉투법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호소한 반면 노동계는 '진짜 성장을 위한 법안'이라고 맞받아치면서 팽팽한 입장 차를 보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관련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김장관은 취임후 경제단체방문 첫 일정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다. 2025.8.19 조용준 기자
중소기업중앙회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 건물에서 '노조법 개정 관련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업계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자리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과 김영훈 장관을 비롯해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조충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장규진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경영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각각 참석했다.
중소기업 대표자들은 입을 모아 노란봉투법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호소했다. 먼저 이재광 이사장은 "기업이 과도하게 우려한다고 하는데 기업의 우려를 해소할 만큼 명시적인 대안들이 없다"며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안을 고민하고 노동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평재 이사장은 "2, 3차 협력사와 근로자 상당수는 노조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며 "원청에서 파업이 생겨서 공장가동률이 낮아지면 협력사 매출과 근로자 소득까지 영향을 받는데, 당사자들 외에 2, 3차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업종별 미세한 온도 차도 엿보였다. 특히 건설업은 한 현장에서 여러 협력업체의 작업이 이뤄지므로 노조법 개정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건설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윤학수 회장은 "건설업계는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고 노사 간 균형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장규진 회장은 "조합원사 중에는 노조가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장기간 파업을 진행하면서 납기 지연이 발생하고 고객사 신뢰를 잃어서 몇 년째 매출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업체도 있다"며 "파업이 늘상 있진 않지만, 한번 생기면 피해가 막심한데 파업 대상이 더 많아진다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보호할 영역이 있으면 그 영역을 한정해서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법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관련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김장관은 취임후 경제단체방문 첫 일정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다. 2025.8.19 조용준 기자
노조법 개정으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최금식 이사장은 "우리 조선업이 강점을 보이는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중국이 풍부한 인력과 근로시간 유연성을 무기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현재도 조선사가 노조와 단체교섭으로 수개월 소모전을 겪고 있는데 노조법이 개정되고 협력사까지 교섭을 하게 된다면 우리 조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득이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제도에 맞춰 연착륙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시행 유예기간 부여를 건의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노사 간 입장차는 팽팽했다. 김영훈 장관은 "노란봉투법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사용자에게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법이 아니며,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으로 산업 현장에서 반복돼온 갈등을 해소하고 노사 모두에게 안정성과 책임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고 통상적인 노사 관계를 참여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내수 부진과 미국의 관세인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노조법 시행까지 겹쳐 중소기업의 우려가 크다"며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협력기업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중소제조기업 50%가 수급기업인 상황에서 거래 단절과 이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1년 이상 시간을 가지고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