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기자
지난 6월 중국 선전시 핑산구에서 바이두 로보택시를 호출하자 10분도 채 되지 않아 지붕 위에 라이다를 단 로보택시가 눈앞에 멈춰 섰다. 운전자가 없는 중국 로보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비밀번호나 QR코드를 입력하는 등 일반 택시에는 없는 별도 승인 과정이 필요했다. 처음 접해보는 탓에 탑승법을 찾느라 꽤 오랜 시간이 지체됐다. 헤매는 시간 동안 도로 한 쪽에 멈춰 선 로보택시가 교통 흐름을 방해했는데 놀랍게도 뒷줄에 선 중국 운전자들은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모습이었다. 로보택시가 대중화된 중국의 인식 때문이었다.
운행을 시작한 로보택시는 마음껏 속도를 내며 달리지 못했다. 정해진 승·하차 지점에서만 승객을 태우다 보니 종종 차량 흐름을 가로막았다. 그럴 때마다 시민들은 조용히 차선을 바꿔 피해 지나갔다. 오히려 운전기사가 있는 일반 택시를 탔을 때는 출발이 잠시라도 늦어지면 날카로운 경적을 울려댔다. 선전 시민들은 로보택시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새로운 기술로 존중하며 발전을 위한 불편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중국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평소 선전 시민들이 급하게 운전하기로 유명하지만 로보택시에 대해서만은 도로 위에서 그나마 관대한 편"이라며 "기술 발전을 위해선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시 핑산구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 무인 자율주행 택시. 우수연 기자
중국 자율주행기업 바이두가 '레벨 4' 수준의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상용화한 시기는 2022년 8월부터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흔하게 접하다 보니 일부 시내 구간에서 최고 속도 70㎞까지 달릴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 강남에서 운행하고 있는 로보택시는 안전 요원과 함께 동승해야 하며 시험 목적으로 무인 운행 허가를 받더라도 시속 5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자율주행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와 규제 완화 속도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의식 수준'도 중요하지만, '사고의 책임 소재' 문제와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국 역시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레벨 4·5) 사고의 책임 소재나 배상, 형사 책임 규정 등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대신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 조례를 마련해 일차적인 책임 소재를 차량 보유자 또는 관리자로 확실하게 명시했다. 덕분에 주요 도시에서 무인 로보택시의 상용화 서비스가 빠르게 시작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은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해도 제조사나 관리자의 개별적인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부가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중국 선전시 핑산구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 무인 자율주행 택시. 운전석에 운전자가 없이 자율주행택시가 스스로 운전을 하고 있다. 우수연 기자
한국은 시험·연구를 목적으로 한 무인 자율주행 차량에 대해서는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을 운행자(관리자)가 지도록 하고 있다. 임시운행 허가를 받을 때 반드시 안전 운행 요건을 준수해야 하며 보험 가입도 의무화해야 한다. 반면 돈을 벌기 위한 상용화 목적의 무인 운행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포지티브 규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없으면 상용화 운행은 시작도 못 한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공산주의 체제하에 운영되는 중국 정부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자율주행 업계는 기술 실패에 지나치게 가혹한 사회적 인식이 규제 완화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최근 샤오미 차량의 고속도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운행 중 사고로 자율주행에 대한 규제가 다시 엄격해지는 추세"라며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규제 수준이 완화적이며 해당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