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최유리기자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대상을 '1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에서 '1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로 확대하는 세법개정안을 두고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수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부동산시장에 몰렸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머니무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발이 크다. 재논의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자격 요건을 둘러싼 세법개정을 두고 부글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세법개정 방향을 통해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기준점을 낮춰 납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1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들이 연말에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투매에 나서는 일이 발생하는 등 시장 왜곡 가능성을 경계했다. 실제 세법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진성준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은 과거 전례로 봤을 때 시장에 미칠 파장은 미미할 뿐이며, 취약해진 국가 재정을 메우기 위한 세수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개편안 관련 비공개 당정간담회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25.7.29 김현민 기자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주식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주시길 바란다"는 발언 자제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 문제는 왜 이렇게 첨예할까.
정치권과 세법 관계자 등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논란에서부터 시작됐다. 진 전 의장 등은 지난해 금투세 논란 당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 조세정의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이에 주식투자자 등이 호응하고 나서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등은 폐지로 입장을 바꿨다. 진 전 의장이 과세 확대를 내세운 데에는 세수 기반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자산시장에 대한 과세 원칙이 필요하다는 명분이 작용했다.
반면 '코스피 5000위원회' 등에서는 부동산에 편중된 국내 자산시장을 주식시장 등으로 돈의 물꼬를 내기 위해서는 세제 등에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 같은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정책은 코스피 4000을 돌파하고 어느 정도 안착된 시점에 논의해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시기 상조론을 폈다. 자금 시장의 흐름이 확실히 바뀌는 것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일련의 혼란 상황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정책조정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했다.
정 대표로부터 방향타를 건네받은 한정애 신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오는 14일까지 예고기간으로 각계 의견 수렴 중"이라며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두루 살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국민의힘 소속)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정책위의장과 통화해 물어봤는데 고민 많은 뉘앙스로 '이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주주 자격 요건을 1종목당 10억원보다 높고 50억원보다는 낮은 선에서 절충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법전문가인 김신언 세무사는 "물가 상황이나 자금 흐름 등에 대한 고려가 세법개정안에 없었던 것 같다"며 "10억원이 아니고 30억원 정도로 완화를 했다면 이 정도까지는 반발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