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금융당국이 연체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지난 24일 대법원에서 58년 만에 채권추심 관련 판례가 변경된 만큼 대부업체가 지급명령 제도를 활용해 채무시효 부활시켜 추심행위에 나서던 관행부터 바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29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개인 연체채권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대출 발생 시 채권자와 채무자는 수평·호혜적인 관계이나, 연체 단계에서는 대등하지 않다"며 "앞으로 개인 연체채권 관리와 관련한 제도 정비 시 채권자와 연체 채무자의 대등하지 못한 권력관계를 전제로 채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취약차주 채권을 많이 보유한 대부업체의 채권매입 현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연체 채권은 은행·여전사→ 저축은행·전문자산관리회사(AMC)→ 대형 매입채권 추심업체(대부업체)→ 소형 대부업체'로 매각된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그 동안 '채무자 보호'보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규율체계가 형성됐다"며 "미국에서 채권을 매각하는 금융사는 채권 매입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 의무 등을 부여하고, 매각 이후에도 채권 매입자의 건전성 등을 모니터링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연체채권 매각으로 손쉽게 고객 보호책임을 면하면서 회수가치는 극대화하고 있다"며 "반복 매각으로 점점 갚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추심 강도가 강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입채권추심업체의 건전한 영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과거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과정에서 제외된 소멸시효 관련 채무자 보호 제도를 재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위는 오늘 현장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및 정책과제들을 빠짐없이 검토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외사례와 우리 제도를 비교해 소멸시효의 무분별한 연장 및 시효 부활 관행 제한 방안 등 금융회사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