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국내 연구진이 수술 후 치명적인 합병증 중 하나인 '급성 신손상(PO-AKI)'을 수술 중 생체신호를 활용해 조기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이하정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하정·박세훈 교수, 융합의학과 김광수 교수, 정수민 연구원 공동연구팀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의 대규모 수술 데이터를 활용해 수술 중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급성 신손상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술 후 급성 신손상은 여러 종류의 수술 이후 신장세포가 손상을 받아 신장(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하는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로, 수술 회복을 늦추고 투석과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집중 모니터링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모델은 대부분 수술 전 기초 정보에만 의존해 정확도가 낮고, 수술 중인 환자의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혈압, 심박수 등 수술 중 1분 단위로 수집된 생체신호를 분석해 급성 신손상 위험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설계하고, 기존 모델의 주요 임상 변수 11가지도 함께 반영해 예측 성능을 강화했다.
수술 후 급성신손상(PO-AKI) 예측 모델의 전체 구조. 본 연구에서 개발한 수술 후 급성신손상(PO-AKI) 예측 모델의 전체 구조를 나타냈다. (a)는 수술 중 실시간으로 수집된 생체신호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설계된 딥러닝 알고리즘의 내부 구조를 보여주며, (b)는 본 연구의 전체 설계 흐름도이다.
이 모델은 약 11만명의 수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 및 두 그룹의 외부 검증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예측 정확도(AUROC)는 훈련 코호트에서 79.5%, 검증 코호트에서는 각각 76.2%, 78.6%를 기록해 기존 모델보다 일관되고 우수한 성능을 보여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민감도 및 특이도 95% 기준에서도 안정적인 예측력을 보여 고위험 환자군의 조기 선별에도 신속하게 대응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이하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 중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예측 모델을 대규모 임상 환경에서 구현하고 외부 검증까지 마쳤다"며 "기존 모델은 평균값이나 최솟값 등 요약된 정보만 활용했지만, 이번 모델은 '순간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박세훈 교수는 "본 모델이 임상 데이터에 기반해 높은 실용성과 확장성을 갖고 있어 수술실 내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계될 경우 수술 환자의 예후 개선과 의료 안전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개발(R&D)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선도형 글로벌 혁신 인재양성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학학술지인 'PLOS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