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기자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한 구청에서 '1인가구 안부 확인시스템' 관련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우수공무원 포상을 줬다. 전화 수신·발신 기록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문열림, 전력량 센서 등을 활용해 복지대상자의 안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었다. 민간에서 제작한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고독사 예방이나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응급상황 대처 등 여러 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으로 걸러진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사고나 문제가 있는지 살핀다.
비슷한 시스템을 먼저 도입한 다른 기초자치단체도 있었기에 물었다. 해당 구청은 "주민들에게 필요하다면 벤치마킹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도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첫 아이디어냐 아니냐보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느냐, 적용하면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도 주민들에게 실제 큰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심사 기준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안방, 거실, 화장실, 현관 등 실내에 비접촉식 생체신호 레이더 센서를 설치해 대상자의 심박수, 호흡수, 체온, 낙상 여부, 재실 상태, 활동량 등 생체신호와 이동 변화를 24시간 실시간 감지·분석하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고, 대상자가 동의해야 설치할 수 있겠지만 잘 적용하면 고독사 예방과 응급상황 대처에 분명 큰 효과가 있을 걸로 보인다. 내 업무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무원, 앞다퉈 도입하자는 공무원이 많아지면 확산도 빨라질 것이다.
'맛집 웨이팅'에서 많이 쓰는 '카카오톡 순번대기 알림서비스'도 호응이 좋다. 올해 한 구청 직원은 이 서비스를 동주민센터 업무에 적용해 칭찬과 포상을 받았다. 민간에서는 꽤 알려진 서비스지만 공공에서 실제 적용해 효과를 봤느냐가 평가의 중심이 됐다. 알림서비스를 해 주니 민원인은 근처에서 다른 일을 볼 수도 있고, 대기 시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주차장 확보, 인파밀집지역 관리시스템 도입 등도 단골 포상 레퍼토리다. 방치돼 있던 민간 유휴지 소유주를 꾸준히 설득해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하거나 통신사 기지국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맵을 구축해 유동인구와 인파 밀집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사례다.
적극행정은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아니니 꼭 독창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행정은 안정성이 중요하니 새롭기만 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건 오히려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규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매달리지 않고, 공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과 다른 일처리 방식을 도입하는 일도 적극행정에 포함된다.
벤치마킹은 시행착오는 줄이고, 노하우는 빨리 터득할 수 있으니 안정성이 중요한 행정에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하다. 서울의 많은 자치구가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포상하는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포상은 더 푸짐하게, 확실하게 하면 좋겠다. 조직을 상향 평준화하려면 역시 채찍보다는 당근이다.
정책 벤치마킹팀을 따로 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분야별로 외부의 좋은 정책을 모으고 평가하고, 필요한 걸 추려 잘만 실행해도 충분히 합격점을 받고, '행정 달인'에 가까워질 수 있다. 벤치마킹은 '그냥 모방한다'가 아니고 '업계 최고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배우고 개선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