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온몸에 총알 파편 수십 개가 박힌 채 돌아다니던 백구가 발견돼 구조된 가운데, 새 가족을 찾고 있다. 25일 VIP동물의료센터는 최근 구조한 유기견 백구의 몸에서 70개가 넘는 산탄총 파편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해 제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조 당시 백구의 겉모습에서는 총알 자국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에 산탄총 파편이 박힌 채 발견된 유기견 백구. 인스타그램
의료센터 측은 백구의 해외 입양을 앞두고 건강 검진을 위해 X레이 촬영을 했다가 산탄총 파편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백구의 입양도 불가능해졌다. 의료센터 측은 곧바로 엑스레이, CT(컴퓨터 단층촬영) 등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안승엽 VIP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총알이 머리 쪽부터 어깨, 가슴통, 엉덩이, 다리까지 너무 많이 있었다"며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산탄총 파편 제거 수술은 3시간 넘게 진행됐다. 맨눈으로 탄알을 다 확인할 수 없어서 투시기를 이용해 수술 시간이 길어졌다. 안 원장은 "탄알을 한 번에 다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백구의 얼굴을 위주로 최대한 많이 제거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총 26개의 파편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추후 제거한 파편의 성분 분석 등을 통해 추가 수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백구는 퇴원 후 귀동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백구 구조와 입양을 맡은 도그어스플래닛 측은 "귀동이의 얼굴에 상처가 조금 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정말 많다"며 "정말 좋은 가족이자 친구가 돼 줄 수 있으니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유기견 백구의 몸에 산탄총 파편이 박힌 모습. 인스타그램
앞서 지난 8일 경남 거제에서는 비비탄 총알에 맞은 강아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20대 남성 3명은 오전 1시쯤 한 식당 마당에 있던 개 4마리에게 비비탄 수백 발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개 2마리는 안구가 손상됐으며, 1마리는 끝내 숨졌다. 가해자 중에는 군인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군인 2명에 대해서는 군부대에 사건을 넘기고, 민간인 남성 1명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동물 학대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5월께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등록된 반려견·반려묘 수는 349만 1607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도 지난해 1293건으로 2023년(1146건)보다 12.8%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