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올인'이 통합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재명 정부 출범, 전문가 진단

새 정부 산적한 과제 어떻게 풀까
'규제개혁 적극 추진 제안도'
"관용과 절제의 정치문화를 정착해야"

비상계엄 이후 6개월의 혼란 끝에 이재명 정부가 탄생했다. 6·3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지만, 지역·세대·젠더 등의 균열 구조 역시 확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곧바로 출범한 새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숙제를 풀어야 한다. 6개월 전과 비교해 경제는 더 나빠졌고, 대외환경도 악화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정치·사회 갈등은 한층 심화됐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아시아경제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 인터뷰 내용은 가상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됐다. 인터뷰에는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하상응 서강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번 대선 의미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

▲최진 =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불법 계엄에 대한 심판론'이었다. 3시간 동안 온 국민이 생중계로 본 계엄 사태가 국민 무의식에 깊이 박혀 있어 다른 변수가 파고들 여지가 없었다. 조기 대선을 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정당의 후보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없었을 것이다.

▲최병천 = 계엄 및 탄핵에 대한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가 담긴 선거였다. 지난해 12월3일 계엄 이후 진행된 탄핵이 4월4일 헌법재판소 인용으로 매듭이 지어진 측면이 있다. 다만 그것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결정이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평가가 이번에 담긴 것이다. 한마디로 계엄 및 탄핵에 대한 심판, 국민의힘이라는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이번 선거의 의미라고 본다.

▲하상응 = 이번 선거에는 국민이 원하는 메시지 2개가 혼합돼 있다. 한쪽에서는 내란 세력의 확실한 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50% 이상 득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이 둘 중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상충하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묘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준한 = 이번 선거는 제왕적 대통령과 식물 대통령 등 정치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선거였다고 본다.

-비상계엄에서 대통령 선거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이 드러났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준한 =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결정문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정치가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관용과 절제를 베풀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정치문화가 바뀔 수 있다.

▲최진 = 통합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3년에서 8년 넘게 거세진 정치적 분열이 한순간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민생에 올인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민생에 집중하면 자연히 (싸우는) 정치에 거리를 두고 협치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 사통팔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하상응 =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더불어민주당 뜻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잡음이 적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병천 = 권한이 몰려 있으면 견제 심리도 같이 몰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민주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다가 개혁의 동력을 잃었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어젠다 세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중도층 유권자가 보기에 필요한 개혁, 절제된 개혁이라는 느낌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이 해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최병천 = 대통령은 입법권력을 지원할 수 있고, 행정적으로 할 개혁들을 찾아야 한다. 임기 5년 후 돈을 많이 푼 정부라는 기억보다는 규제개혁에 적극적인 진보 정부로 기억되면 좋겠다. 규제개혁부를 만들어서 에이스,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을 투입해 매월 또는 격월로 규제개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준한 = 사회통합을 위해 관용과 절제의 정치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민생과 관련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진 =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 특히 대미 통상문제를 포함한 민생과 직결된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민생은 직접 새 대통령의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1~2주 만에 상법을 통과시키는 것 같은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상응 = 경제를 걱정하는 분이 가장 많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 가운데 가장 급선무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특히 통상문제부터 빨리 처리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3년 만에 야당이 됐다. 국민의힘은 어떤 변화 노력이 필요할까.

▲하상응 = 정쟁의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국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여당이 국익을 위해 일할 때는 적극적으로 돕고, 혹시라도 정부가 사익을 추진한다거나 하면 그때 비판하면 된다. 무작정 쓸데없는 정쟁거리를 찾으려는 행보를 보이면 국민들 보기에 좋지 않을 것이다.

▲최진 = 야당은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한다. 사분오열, 콩가루 집안 같은 상태를 수습하고 당분간은 새 정부가 마음껏 일할 수 있게 밀어주는 것이 훨씬 낫다. 계속 공격만 하면 국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한다. 잘못하면 그다음부터 공격했을 때 엄청나게 효과가 클 것이다.

▲최병천 =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계엄 옹호 세력, 부정선거 음모집단 등을 정리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뽑고, 한편으로는 견제하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개혁을 위해서 합의할 건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준한 =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자기가 속한 당보다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새 정부 한 달, 또는 100일의 과제라면 무엇이 있을까.

▲최병천 = 어젠다 세팅을 잘해야 한다. 힘의 절제와 어젠다 세팅에 대한 선후 경중의 지혜로움이 중요해졌다. 지난해 총선부터 지금까지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한 중도 확장, 성장, 통합, 산업 중시 레토릭은 의미 있었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약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진 = 민생을 위한 인사가 첫 번째 시험대다. 민생 지향적 인사로 조각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한 대통령실을 꾸미는 것이다. 참모진이 엉망이면 모든 것이 꼬인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가신들과 캠프 사람을 최소화하고 실용적이고 유능한 인사를 포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유능한 비서진을 구성하는 것이 1번이다.

정치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정치부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정치부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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