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다음 달부터 공개되는 정부의 지반침하 위험 정보가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조사한 지하 정보가 빠진 상황에서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지자체별 땅속 빈 공간 복구율 공개 등을 통해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지자체가 보유한 지반침하 사고 이력과 공동 발생 현황, 굴착공사 등의 정보를 연계한 '지하공간 통합지도' 공개를 준비 중이다.
최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 연합뉴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반침하 사고 예방을 위한 대형 굴착공사장 위주의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27일 내놨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직접 사전 현장 조사를 수행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구간과 탐사 결과, 공동 발견, 복구 현황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하겠다는 통합지도에는 지자체들이 보유한 지하 정보가 대거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지자체가 관리 중인 지하 정보를 정부가 활용할 권한이 없어서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자체 제작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의 정보가 지반 침하 위험과 관련성이 낮고 통신·가스 등 매립 시설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해당 지도는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 땅꺼짐 사고 직후 만든 것으로, 위험도에 따라 서울 전역을 5단계로 나누고 지하 공사가 진행 중인 곳 등을 '위험 지역'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지하공간 관리 혁신안'과의 연계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굴착공사 안전 심의를 강화하고 현장 계측과 위험 탐지를 위한 예산 확보가 이제야 진행 중이다. GPR 차량을 늘려 조사범위를 60%까지 확대하고 지하 20m까지 감지하겠다며 도입을 예고한 '지반침하 관측망'은 설치 장소를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별 땅 속 빈 공간 복구율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조한 복구율 등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될 경우, 지자체들이 압박을 받아 추가 정보를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지자체별 공동 복구율을 평가하고 점수화해 전체적인 복구율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런 탓에 시민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명일동 대형 땅꺼짐 사고 후 지반침하 의심 신고가 평상시의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명일동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3월 25일부터 4월 2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접수된 싱크홀·포트홀·지반침하 관련 신고는 1450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의심 신고가 50건씩 들어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