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슈퍼박테리아 감염증을 치료할 '나노전달 플랫폼'이 개발됐다. 슈퍼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이하 포도상구균)'은 병원 내 감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존에 포도상구균은 항생제에 대한 높은 내성과 미생물막인 바이오필름(biofilm)의 형성으로 외부 치료제를 이용한 치료가 어려웠다. 하지만 미세방울(microbubble)로 유전자 표적 나노입자를 전달해 바이오필름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항생제가 무력했던 감염증을 치료하는 플랫폼이 개발돼 포도상구균을 치료할 해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연구팀과 미국 일리노이대 공현준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로 미세방울 기반의 '나노-유전자 전달 플랫폼(BTN-MB)'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왼쪽부터) 정주연 석박사통합과정, 정현정 교수. KAIST 제공
이 플랫폼은 포도상구균이 형성한 세균성 바이오필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유전자 억제제를 세균 내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구조로 개발됐다.
우선 공동연구팀은 포도상구균의 바이오필름 형성(icaA)·세포 분열(ftsZ)·항생제 내성(mecA) 등 3대 주요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하는 짧은 DNA 조각(oligonucleotide)을 설계하고, 이를 탑재해 균 안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BTN)를 고안했다.
또 미세방울을 사용해 포도상구균이 형성한 바이오필름인 미생물막의 투과성을 높인 후 앞서 고안한 기술로 세균 증식과 내성 획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중 타격 전략을 구현했다.
이 치료 시스템은 두 단계로 작동한다. 먼저 미세방울로 포도상구균이 형성한 세균성 생체막내 압력 변화를 유도해 나노입자의 침투를 가능하게 만들고, 나노입자가 생체막 틈을 통해 세균 내부로 침투해 유전자 억제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큰 틀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포도상구균의 유전자 조절로 생체막 재형성, 세포 증식, 항생제 내성 발현이 동시에 차단된다는 게 공동연구팀의 설명이다.
슈퍼박테리아를 표적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작동원리 모식도. KAIST 제공
돼지 피부 감염 생체막 모델과 포도상구균 감염 마우스 상처 모델에서 이러한 방식을 실험한 결과, 나노입자?미세방울 치료군은 생체막 두께가 크게 감소했으며, 세균 수와 염증 반응도 현저히 줄어드는 뚜렷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기존에 사용되던 항생제 단독 치료로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로 향후 다양한 내성균 감염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물이라고 공동동연구팀은 강조했다.
정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항생제로는 해결할 수 없던 슈퍼박테리아 감염을 나노기술과 유전자 억제, 물리적 접근법을 융합해 치료할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전신 적용 및 다양한 감염 질환으로의 확장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 생명과학과 정주연 학생과 일리노이대 안유진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5월 19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